“한국도 테러표적… 우려가 현실로” 충격

  • 입력 2003년 12월 1일 0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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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한국인 2명 피살 사실이 확인된 1일 0시 30분경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오른쪽)가 이광재 아중동국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김동주기자
이라크에서 한국인 2명 피살 사실이 확인된 1일 0시 30분경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오른쪽)가 이광재 아중동국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김동주기자
‘한국인 2명 이라크 내 피살’ 소식이 확인되면서 정부는 충격에 빠져들었다. 불과 반나절 전 일본 외교관 2명 피살 확인 보도에 대해 “걱정스럽긴 하지만 정부의 파병 결정을 재검토할 분위기는 아니다”라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파병규모 성격 시기 지역을 놓고 미국과 막바지 협상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파병에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파병에 미칠 영향=현재로선 파병 결정 자체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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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부 이라크여행 금지 권고

국운이 걸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맹국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파병부대의 자기방어능력을 높이는 문제는 검토할 만하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파병할 공병 및 의무부대원의 신변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는 파병부대가 의무 공병 등 기능만 갖출 것인지, 특정지역을 도맡아 치안유지 기능까지 맡을지를 두고 논의를 거듭해 왔다.

외교부는 “아직 대사관의 철수 또는 대피 계획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인의 첫 피살에 따라 앞으로 국내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면 추가파병의 성격과 시기 모두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국회가 단식정국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가운데 반전단체의 파병 반대 집회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미국과 협상을 거쳐 최종 파병규모 등을 확정하고, 대통령이 파병동의안을 제출해 국회가 표결하는 과정에서 국내의 파병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기회가 무수히 남아 있다.

또 외교관 2명이 희생된 일본 정부가 테러 위협을 이유로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계획을 변경하거나, 다른 이라크 파병 국가가 주둔군을 축소 또는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엔 더욱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외교부가 ‘민간인 희생 가능성’이 보도될 당시만 해도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외교부는 당초 “대사관에 입국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한국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아중동국, 청와대 내 NSC 상황실 직원들은 휴일근무를 마치고 퇴근했다가 다시 출근해 현지 교신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부산했다. NSC측은 “파병 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번주 실시할 테러 대응방안에 국내 및 해외교민의 안전 대책을 추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한국인 2명이 살해된 지점은 전날 일본인 외교관 2명이 피살된 곳과 거의 같은 장소이다.

▽한국인 노렸나=아직 한국인 피해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구체적인 상황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 장소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피해자들이 한국군인이나 외교관이 아니라 미국 하청회사의 직원들인 점도 그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라크 저항세력이 일본과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경향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라크 저항세력의 ‘빨치산식’ 게릴라전에 미군이 공세적으로 반격을 가하자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프트 타깃’을 찾아 공격하는 양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연합군에 협조하는 세력에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한국인까지를 포함하는 공격이 확대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리카도 산체스 중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군을 겨냥한 공격은 감소한 대신 이라크 민간인이나 경찰 등에 대한 습격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인 첫 사망=이라크에서 한국인이 숨진 것은 3월 20일 미국-영국 연합군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이후 처음 발생한 것이다. 미국이 5월 1일 이라크전 종전 선언을 한 뒤 이라크 저항세력이 수차례 크고 작은 테러를 벌였지만 한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국회 이라크 파병 조사단이 머물고 있던 바그다드 도심의 팔레스타인 호텔이 로켓포 공격을 당한 적도 있다. 다행히 로켓이 한국 의원들이 있던 층을 맞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무전기(대표 서해찬)는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나 코스닥 등록기업이 아닌 소규모 업체로 미국 회사의 하청을 받아 티크리트에서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이라크에 건너간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 20여명이 이라크에 근무 중이며 바그다드의 하야트타워 호텔에 묵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KOTRA 김규식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래 상주한 기업인들은 아닌 것 같고 최근 이라크에 건너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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