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거부권 시사 속뜻은]“盧, 검찰에 求愛 메시지”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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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선(先) 검찰 수사’를 강조한 것은 검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노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야(野)3당이 공조를 통해 특검법안을 재의결할 것이 뻔해 노 대통령으로서는 국회와의 힘겨루기에서 완패하는 결과에 그칠 뿐 정치적으로 별 실익이 없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측근 비리 수사 역시 수사 주체가 검찰이든 특검이든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와의 정면 대치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결국 검찰을 향해 ‘대통령으로서 힘이 닿는 한 검찰권을 보호하겠다’는 강한 구애(求愛)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특히 특검 도입을 치욕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검찰에 대해 방패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검찰을 우군화하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특검 상설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초 검찰을 개혁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런 노 대통령이 이처럼 검찰에 대해 전례 없이 강한 신뢰를 표시하고 있는 이면에는 ‘대선자금 파헤치기’를 통해 ‘기존 정치질서의 해체’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검찰의 힘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기존 정치세력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기대하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검찰과의 동맹’이 없이는 거야(巨野)가 지배하고 있는 현 정치권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검 중수부가 기업에 대해서까지 마구 칼을 들이댈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검찰 견제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노 대통령은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해 사법시험 동기생(17회)이 6명이나 검사장급 이상 간부로 포진하고 있는 현재의 검찰 수뇌부에 신뢰를 표시하면서 이를 일축했다는 후문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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