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 파병]정부, 이라크파병 논의 혼선 거듭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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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외교 브리핑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국회와의 협의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尹외교 브리핑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국회와의 협의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이라크 추가 파병부대의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부는 소규모 재건 지원부대와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전담하는 종합부대안을 놓고 절충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부터 비전투병 위주의 소규모 부대의 파병을 희망했지만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을 감안할 때 ‘특정지역의 치안유지를 맡아 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그동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한 ‘비전투병 재건지원부대’ 파병안과 한미동맹을 강조해 온 외교국방 라인의 ‘독자적 작전능력을 갖춘 치안유지군’ 파병안이 맞서면서 난기류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2일 대전-충남 지역 언론사 합동회견에서 “미국의 경비 보호를 받는 소규모 비전투병 위주의 재건지원부대 파병과 독자적 작전능력을 갖고 이라크 내 특정지역을 책임지는 파병은 어느 한 쪽으로 완벽하게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절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그간의 혼선을 정리, 일단 양측의 갈등을 봉합시켰다.

치안유지와 재건지원 임무를 병행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함으로써 미국의 요청과 이라크 국민의 재건지원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또 “세계 여론을 따르고, 이라크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자 해서 소규모 비전투병, 재건지원부대를 생각했지만 미국은 어느 지역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이 파병은) 주권국가의 결정사항이라고 하면서도 희망사항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고 언급해 파병결정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한편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브리핑에서 ‘지역 책임형’에 대한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언급한 것은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지역 책임형’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전날 장병 안전 등 군사적, 외교적 측면에서 지역 책임형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켰던 차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선 “지역 책임형은 규모와 책임의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두 방안의 장단점을 균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책임지역의 치안과 민사작전을 전담하는 종합 작전부대의 파병안에 대한 정부 내의 반발 기류가 만만치 않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두 방안의 전투병과 비전투병의 비율 조정에 관한 세부 검토 작업을 벌여 조만간 구체적인 파병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 대통령이 4당 대표를 직접 만나 국내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춘 뒤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그러나 난항도 예상된다. 정부 내의 이른바 ‘자주파’와 ‘한미동맹파’간에 파병을 둘러싼 갈등 수위가 고조될 개연성이 있고,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측이 보다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파병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군 관계자들은 “미국측의 만족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맡되 전투병 비율을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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