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이라크 파병]軍 "안전위해 1개사단 병력 필요"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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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따라 국방부가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군 해외파병 준비에 들어갔다.》

▽파병 부대 편성=국방부는 최근 청와대에 △폴란드형 사단(3000여명) △독자적인 작전수행 부대(6000∼7000명) △완전 편제된 1개 사단(1만∼1만2000명) 등 세 가지 파병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의 전력을 대체해 치안유지와 전후 재건임무를 원활히 수행하려면 스스로 부대를 방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종합부대’를 편성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따라서 파병부대는 특공여단이나 특수전사령부 등 특수부대와 보병 외에 이라크 전후 복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병부대가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약 10개의 야전 공병단(각 1000명) 가운데 1, 2개를 파병할 여유가 있다. 이와 함께 K-200 장갑차 등으로 무장한 기계화 보병대대를 파병하는 한편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이미 활동 중인 건설 의료지원단의 이동 배치도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규모는 폴란드형 사단을 모델로 모술 등 북부지역의 넓은 작전지역을 맡기 위해 6000∼7000명 수준의 ‘준(準)사단’을 보내고 나머지 2000∼3000명의 병력을 다국적군으로 채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군 일각에선 현지 안전문제와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비용이 들더라도 의무, 헌병, 수송, 통신 등 각종 군수 지원을 망라해 완전히 편제된 1개 사단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형 사단의 경우 20여개국 7000여명으로 구성된 다국적 부대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고 지휘 통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국군 독자 사단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파견 부대 구성과 훈련일정 등이 확정되면 모체 부대를 지정한 뒤 파병 희망자를 가족 동의를 전제로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 병력은 전군을 상대로 모집할 계획이다.

▽파병 준비훈련=내달까지 구성이 완료되는 파병 부대는 12월부터 2개월간 현지 적응훈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전사 교육단에서 이뤄지는 적응훈련은 현지 문화와 언어, 정세를 비롯해 지형지물, 기후정보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특히 치안유지 임무를 맡게 되는 전투병의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테러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 북부지역이 바그다드 등 미군이 주둔 중인 중북부지역보다 안전하다고 판단되지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민병대원들의 산발적인 테러 등 불안한 현지 정세를 감안할 때 강도 높은 사전 대비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파병 지역 및 시기=미군은 모술 등 이라크 북부지역을 맡고 있는 미 101공중강습사단을 내년 2월 중 다국적군과 교대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바그다드 북쪽 400km에 있는 모술에 주둔 중인 101공중강습사단은 모두 3500여명으로 아파치 공격헬기 70여대, UH-60 블랙호크 헬기 등 200여대의 헬기를 비롯해 105mm 곡사포,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군의 준비 기간을 감안, 정부는 쿠웨이트 주둔 미 중부군사령부 전쟁지휘부와 수시로 접촉해 늦어도 1월 말이나 2월 초에는 현지 파병을 개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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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당 1인 月200만∼360만원▼

이라크 추가 파병에 따라 한국이 부담해야 할 파병 비용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가 파병되는 한국군은 유엔의 승인을 얻은 다국적군의 일원인 만큼 모든 비용은 한국 정부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파병 규모에 따라 적게는 연간 2000억원, 많게는 5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1개 여단 3000여명 규모의 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연간 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가 ‘폴란드형 사단(Polish Division)’을 준용해 3000여명의 경보병(light infantry)을 보낼 경우의 예상비용이다.

그러나 독자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한 부대로 6000∼7000명, 또는 사단급으로 1만∼1만2000명을 파병할 경우 그 비용은 4000억∼5000억원대로 급상승한다.

파병 장병들에겐 월 200만∼320만원에 이르는 위험수당 등을 포함해 1인당 연간 5000만∼7000만원의 인건비가 소요되고, 현지 작전을 위해선 부대 규모에 걸맞은 각종 전투 및 지원 장비들이 대거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라크까지 대규모 군수 물자를 계속 보급해야 하는 데다 현지 작전 반경이 넓은 만큼 임무 수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추가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군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파병에 따른 국민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독자적인 작전을 펼 수 있는 규모의 부대를 파병할 경우 수천억원의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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