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개혁 1년 달라진 생활상]평양 곳곳에 호화식당

  • 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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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평양시민은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싼값에 오리를 사 도시의 식당에 팔아 돈을 번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영국 구호단체 CAD(Children's Aid Direct) 직원으로 1999년부터 2003년 4월까지 북한에 거주한 독일인 마이크 브레즈키(사진)는 지난해 경제개혁 조치 이후 달라진 북한의 실상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기업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거나 가정이 돈을 절약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임금과 물가를 올리고 기업의 자율권을 대폭 강화하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했다. 올 3월에는 농민시장과 장마당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전국에 ‘종합시장’을 여는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브레즈키씨는 지난주 일본에서 북한주민의 생활상과 사진을 담은 책 ‘북조선 낙원의 잔해’(소시샤 출판사)를 출간했다.

▽“돈이 곧 힘이다”=그는 북한에서 건물 신축공사를 할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그가 중국제 타일을 수입해 쓰려하자 북한 관리가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라”며 북한제품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북한제품은 중국 것보다 값이 세 배나 비싸지만 품질은 낮다.

7·1 조치 이후 기업과 노동자들이 더 생산하고 더 판만큼 더 많은 수입과 임금을 받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에는 열심히 일하거나 게으름을 피워도 똑같이 벌었으나 이제는 일한 만큼 돈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브레즈키씨는 “북한 당국자들이 기업활동을 도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외국제품을 쓰려고 하는 북한 현지의 국제기구단체들과 북한 당국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돈만 있으면 평양시내에서 뭐든 살 수 있고 최근에는 호화로운 식당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이제 북한에서 돈은 힘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평양시내 상점에는 달러를 주고 각종 전자제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브레즈키씨는 “상당수 평양시민들은 꽤 많은 달러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도 주민들이 백화점에서 비싼 물건을 달러로 구입하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전했다.

사업수완을 발휘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요즘 북한주민들 사이에는 농가를 찾아다니며 싼값에 오리를 산 뒤 평양시내 식당에 팔아 부자가 된 사업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의 무역과 농민시장, 장마당에서 장사가 활성화되면서 북한 내 물자부족 현상은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그는 “중국 상인들의 북한 사업가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북한 상인이 물건을 가져간 뒤 돈을 지불하지 않거나 대금 지불을 미루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중국 상인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비용 개념과 절약 정신도 배워=전기와 수돗물 등 과거 국가가 공짜로 공급하다시피 했던 서비스에 비용이 붙으면서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과거 3.5전이었던 전력 1kW의 요금은 이제는 2.1원으로 올랐다. 협동농장에 공급되는 휘발유도 1L에 40원에서 2800원으로 올랐다.

브레즈키씨는 “주민들이 물자를 아끼고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서로 알려주고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꿔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요즘이 살기가 더 힘들다”거나 “살기 좋았던 70년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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