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이상한 혈맹’]中 “北 핵개발 골칫거리”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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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6자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0일 북한을 방문한 쉬차이허우 중국군 총정치부 주임(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 6자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0일 북한을 방문한 쉬차이허우 중국군 총정치부 주임(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6일 조지워싱턴대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이후 최고조(the best)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 개발과 마약 및 위조지폐 수출 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공통된 생각(commom views)이 미중 관계의 오늘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파월 장관의 말은 비단 미중 관계뿐 아니라 요즘의 북-중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북-미 관계는 6·25전쟁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되고 있는데, 북한과 ‘형제국’인 중국은 6·25전쟁 교전상대국인 미국과 ‘30년래 최고조의 관계’를 구가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4세대 지도부로 불리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서고(3월), 북핵 문제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북-중 관계의 이상기류를 점치는 외신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오랜 형제국으로 인식돼 왔던 두 나라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후 세대로 실리적 국익을 중시하는 후진타오 정권은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중국의 국익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골칫거리’로 보고 있다는 게 국내외 동아시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갖가지 이상기류설=특히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상기류의 하나는 중국 내 대규모 탈북자 난민촌 건설 계획설. 중국이 대규모 탈북자 난민촌을 중국 내에 세울 것을 검토 중이며 이것의 목표는 북한 붕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올 초 파월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여의도의 7∼8배 되는 땅을 중국 내 탈북자촌 건설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혀 미국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김정일 제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샘보 조지워싱턴대 중국연구소 소장 겸 브루킹스 연구소 외교정책 연구원은 “중국 정부 안팎의 인사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미 김 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차세대 지도자를 물색해 놨으며 김 위원장은 정권 붕괴 후 중국에 망명시킬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달 북한 접경지역에 인민해방군 15만 병력을 은밀히 투입하는 등 한반도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울의 한 중국 전문가는 “최근 중국 최고위급 관계자들과 접촉했는데 이들은 모두 북한의 최종 목표가 실질적인 핵 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중국 지도부는 결국 ‘김정일 정권 붕괴를 유도하는 것이 북한의 핵 보유로 인해 야기될 동아시아 지역의 핵 확산을 막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린 듯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진단=중국의 대북 기조에 대한 전망은 크게 미국 강경파들과 입장을 같이할 것이라는 ‘강경론’과 중립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통해 북한과 미국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양면 압박론’으로 나뉜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차관보 겸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인내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미국 행정부 내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과 미국 양측에 어느 정도의 양보를 촉구하는 양면 압박 정책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외교안보연구원의 최명해 연구원은 “만일 중국이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핵 보유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중국은 강경한 노선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하고 “대북 유화정책을 주장해온 한국은 이로 인해 보다 고립된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히라이와 온지(平岩俊司)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그러나 중국이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김정일 정권 교체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히라이와 교수는 “중국 외교에서 대미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북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점은 분명하고 탈북자 정책에서 변화조짐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그러나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원하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혁기자 chang@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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