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자회담’ 왜 머뭇거리나

  • 입력 2003년 8월 1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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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대표간의 ‘4자회담’을 열자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제안에 대해 청와대측이 주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측은 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난하는 등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대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 나라 사정은 청와대와 야당이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이고, 두 쪽으로 갈린 광복절 행사에서 보듯이 이른바 보수와 진보간의 남남(南南)갈등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경기침체 노사대립 청년실업 등 민생경제는 악화일로에 있고 주5일 근무제 입법 등 당면 국정 현안이 쌓여 있다. 모두 정부와 여야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이럴 때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이 기꺼이 만나 진지하게 현안들의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의 회동은 국가적 과제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첨예한 정치현안의 합의를 도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최 대표 체제로 바뀐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노 대통령과 최 대표가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의 모습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강조해 온 상생정치나 통합의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토론회 특강 등의 방식으로 공직자들과 10여 차례나 대화를 가졌다. 앞으로도 매달 한 차례씩 국정토론마당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형식의 공직자들과의 대화도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자신과 목소리가 다른 쪽, 특히 국정의 상대역인 야당측과 자주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현실적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긴요하다. 청와대는 ‘4자회담’을 하자며 야당이 내민 손을 적극적으로 붙잡아야 한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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