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토론회 발언 배경]盧 언론불만 총선후 해소?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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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국정토론회에서 “언론이 합리적인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능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 배경을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 새 정부의 언론정책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한 의제 설정 미비’ 언급 배경=노 대통령은 “건강한 사회는 공론의 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때 실현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제가 공정해야 하고 정보가 정확해야 하며 논리는 냉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이) 의제를 다룰 때 어떤 의제는 아예 공론의 장에 올라오지 못하고 배제된다면 거기에서는 합의가 나올 수 없다”며 의제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언론이 본질이 아니라 ‘곁가지’만 중요하게 취급하면서 정부 비판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방미 중 ‘당직실 전화 불통 사건’ 보도에 대해 “언론이 (방미 성과 등) 쓸 것은 쓰지 않고 ‘전화를 안 받았다’는 기사를 쓴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세를 잡은 후에…’ 발언 논란=노 대통령은 오보기사에 법적대응을 하기 위한 전담기구 설치와 부처 1급 공보관 직제 신설 등에 대한 건의에 “기본적으로 대세를 잡은 후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개혁을 하는데 있어 기구를 먼저 갖추고 하면 수월하지만 기구를 쟁취하는 게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역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된다면 ‘강력한’ 언론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내년 총선 이후에 언론사의 편집권과 인사권 지배구조 개선 문제까지도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2일 토론회에서는 일단 제도개선의 주체를 정부가 아니라 언론과 시민단체 및 국회의 몫으로 돌렸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먼저 하도록 기다리고 시민대표기관인 국회가 본질적인 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도 “정기간행물법 개정은 입법사항인 만큼 청와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내부에서 그런 얘기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이미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내부적으로 검토됐고 노 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언론 관련법 개정문제는 자연스레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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