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사망후 사업전망]對北경협 "출구가 안보인다"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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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남북 경협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그동안 현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대북 사업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북(對北) 경협사업의 현주소=자본금 4500억원 사실상 완전잠식, 매달 수십억원씩 쌓이는 적자,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관광객, 흑자전환 가능성은 상당 기간 거의 없음….

현대에서 대북 경협사업을 해오고 있는 현대아산의 현주소다. 대북 경협사업 중 현재 유일하게 매출이 발생하는 금강산 관광사업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중단됐다가 6월 27일 재개됐지만 투자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만성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6월 30일 착공식을 한 개성공단사업도 ‘2000만평에 대한 50년 독점사용권’을 갖기로 북측과 계약을 했지만 북한핵 위기 등 ‘북한 리스크’ 때문에 공단 입주에 실제로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외 투자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한편 현대와 함께 개성공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측은 정 회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외사업단 허만식 부장은 “토공이 설계, 자금조달, 감리, 분양, 계약 등 전반적인 사업을 주관하고 있고 현대가 공사를 맡고 있다”면서 “이제 측량이 끝나 계획 설계에 들어간 만큼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제 대북 경협사업 누가 하나?=현대그룹은 4일 정 회장 사망 직후 “정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남북경협을 성실히 추진하겠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 등 관련사의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고 채권단도 대북 경협사업 참여에는 결사 반대하고 있어 관련사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고위관계자들은 5일 기자들에게 일제히 “현대차는 대북사업에 앞으로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정 회장 사망 하루 만에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그 같은 전망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주영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도 “현대차나 현대중공업은 계열분리돼 현대그룹과 같은 회사로 볼 수도 없다”며 “이들 기업의 외국인투자자들이 대북사업 참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가 대안?=이 때문에 최근에는 현대의 대북사업을 공기업이 중심이 돼 떠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당분간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 등을 통해 북한과의 새로운 채널을 개발한 뒤 대북 사업을 정부(또는 관광공사 등 공기업) 주도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대북 사업은 예측 불가능한 면이 너무 많아 기업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라며 “시장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부문이 많은 만큼 시장논리로 해결될 수 없는 분야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南成旭) 교수는 계약창구는 현대가, 실질적인 사업은 정부가 하는 ‘제3의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현대는 이미 금강산 사업에 직접 비용만 약 4000억∼5000억원, 간접비용을 합치면 약 1조원을 투입해 ‘30년간 금강산개발 독점권’을 얻었다”며 “정부가 대북 사업을 주도하되 현대의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국민적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남 교수는 밝혔다.

정몽구 회장도 이날 정몽헌 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대북 사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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