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회담' 4개국 美-中-러-日 전문가 진단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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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美 시각차 너무 커 결과 낙관못해▼

▽로버트 두자릭(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회담이 정말 열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북한이 어떤 전제 조건을 요구하고 나설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군사력을 사용하기도 어려운 만큼 대화를 선택했다고 본다.

그러나 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핵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제3세계 수준의 경제상황에 놓여 있고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도, 한반도의 통일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회담 과정에서 미국의 정책 때문에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국에 돌림으로써 한국 내에서의 반미감정을 조장하고 한미간 갈등을 유발시키려 할 것이다. 그것이 북한의 기본 전략이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누가 북한을 지원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의회와 국내 여론 때문에라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약속하더라도 북한이 잘못 행동하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만큼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中…核은 양자, 체제보장은 다자로 풀어야▼

▽한전서(韓鎭涉·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북한이 6자회담을 제의한 진의를 파악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관련 당사국 모두 다자회담을 주장하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물밑 중재노력으로 다자틀 속의 양자회담에 대한 언질을 받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안의 성격상 핵 문제는 북-미 양자회담으로, 체제 안전은 다자회담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후속회담이 어차피 다자회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 자국에 불리하지 않은 회담 구도를 미리 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북-미-중의 4자회담 또는 일본까지 참여하는 5자회담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자국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다.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포함시켜야 3 대 3의 세력 균형이 이뤄진다고 본 것이 6자회담을 제의한 가장 큰 배경일 것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러…참가국 역할놓고 北-美간 신경전 예상▼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러시아 동방학연구소 한국과장)=북핵 사태 당사국인 미국 북한뿐 아니라 한국 등 관련국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다자회담의 형식을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사태가 늘 그랬듯이 회담의 순탄한 진행과 성과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언제라도 등장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과 북한은 6자회담에 포함된 다른 참가국들의 역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이다. 북한은 다른 참가국은 ‘우산’이나 중재자의 역할에 그치는 ‘실질적인 양자회담’이 되도록 고집할 것이다. 현재로서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은 미국밖에 없고 결국 미국만이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참가국들도 회담 과정과 결과에서 나온 의무와 책임을 분담하는 사실상의 다자회담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日…러 참가로 다자회담 합의 무게 실릴것▼

▽스즈키 노리유키(鈴木典幸·라디오프레스 이사)=북한이 러시아의 다자회담 참가에 동의한 것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회담 멤버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다.

북한 미국 중국의 3자회담 멤버에 한국과 일본이 가세하는 방식은 자국에 유리한 구도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6자회담이 되면 외견상으로는 한미일 동맹에 과거 사회주의 세력이 다른 축을 이루는 형태가 된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우회적으로 6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자회담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켜 미국의 예봉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6자회담을 지렛대 삼아 북-미간 직접대화를 관철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경계하는 일본으로서는 러시아의 참가로 다자회담 합의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다만 논의의 초점이 북한의 핵 포기보다 체제안전 보장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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