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근무기강 이상없나…협조체제미비-근무태만 드러나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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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방미기간 중 청와대 당직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를 하지 못한 ‘상식 밖의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의 위기 대처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측은 사건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당직근무자 2명만 서면경고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노 대통령이 뉴욕에서 청와대로 전화를 건 13일 오전 1시(한국시간) 대통령비서동 신관 1층 당직실에서 비상근무 중이던 행정관 2명 가운데 한 사람은 잠을 자고 있었고 한 사람은 화장실에 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교환원이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 방으로 전화를 돌렸으나 이 실장은 퇴근한 뒤였다. 이에 대해 국정상황실측은 “국정상황실 내 치안상황실은 24시간 근무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대통령 방미기간에는 별도로 상황당직이 있었다. 그러나 교환원이 (당직자에게 돌려야 할 전화를 실장 방으로) 잘못 돌려 직원이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대통령 전화통화 연락이 닿은 곳은 24시간 경호체제를 갖추고 있는 대통령경호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내에는 국가안보회의(NSC)의 안보상황실, 홍보수석실과 경호실 등도 상황반을 만들어 행정관급 실무자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있었고 화물연대 파업 주무 부서였던 민정수석실도 자정 이후 1명이 당번을 서고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 전체의 시스템 부재와 기강해이가 드러난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외유는 준(準)비상사태에 해당되는 데다 물류대란까지 빚어진 상황인데도 유기적인 보고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며 “시스템 전체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안돼 위기상황 대처체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당직 근무를 했던 행정관 2명에게 주의장을 보내 근무태도 등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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