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함특보' 양산, 권력비리 키운다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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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나 사무실도 없고 공식적인 권한이나 책임도 없이 직함만 가지는 대통령특보가 10명 정도 탄생된다고 하니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100명 정도 (임명)할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는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말은 걱정을 더 키운다. 이런 식의 대통령특보 양산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는 무보수명예직을 강조하지만 그래서 무탈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명함특보’에게 주어진 ‘대통령과 자유롭게 만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특권’은 우리 권력문화에선 어떤 공식적인 권한보다도 큰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이 대통령특보를 극히 제한적으로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직도 힘 있는 사람에겐 각종 청탁이 꾀기 마련이다. 힘은 있는데 공식적 책임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한층 크다. 바로 DJ정권 때 각종 비리로 문제가 된 ‘실세’들 중에도 명함특보같은 직함조차 없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노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이번 특보내정자들도 주변의 유혹을 얼마나 감당해낼지 의문이다.

한국적 정치상황에서 차량제공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품위’를 유지할까 생각하면 불길함은 당장 현실로 다가온다. 일각의 지적처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출마예상자나 희망자들의 인지도를 높여주기 위해 특보명함을 준 것이라면 이들에겐 품위유지비용 외에도 정치자금까지 부담이 될 것이다.

옥상옥식의 위인설관과 청와대 조직의 방만화에 따른 국정혼선도 문제이다. 명함특보들은 권한도 책임도 없기에 오히려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청와대의 비대화는 곧 내각의 왜소화를 의미한다.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나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서는 장 차관이나 대통령수석비서관보다도 입김이 센 명함특보가 나올지도 모른다.

특보정치는 장기적으로 측근정치나 비선정치의 싹을 키울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명함특보 내정을 철회하거나 꼭 필요하다면 임명을 최소한에 그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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