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美]단독정상회담 30분…기대半 걱정半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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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식 ‘코드’에 맞춘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관계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조율과정에서 미 정부가 나타낸 ‘불만’도 정부 당국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단독 정상회담 예정시간이 30분에 불과한 것도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은 사전협의 과정에서 단독 정상회담 시간을 15분으로 제안해 이를 늘리기 위해 우리 실무진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또 정부는 확대 정상회담이라고 설명하지만 1시간 남짓한 실무만찬의 개념도 모호한 상황이다. 밥 먹는 자리에서 충분한 의견교환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외형적인 틀이 가져오는 부담을 의식해 내실을 다지는 데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1년 3월 열렸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 ‘실패’한 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정상회담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회담이 진행됐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라인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간의 신뢰를 쌓는 것을 최대목표로 설정한 것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대치를 낮추겠다는 현실적 접근법인 셈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간의 신뢰가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북핵 대응방안 협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 내에 대북 강경대응 기류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정밀타격 방안 검토’(12일, 뉴욕 타임스)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사욕을 채우는 독재자’(11일, 워싱턴 포스트) 등 부정적인 대북 인식을 보여주는 기사를 잇달아 보도했다.

미국 조야의 이런 분위기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대북정책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역대 대통령 방미시 한미정상회담 시간 비교
일 시(한국시간)회담 당사자진행 시간
2003. 5.15노무현-조지 W 부시단독정상회담 30분, 실무만찬:1시간(예정)
2001. 3. 8김대중-조지 W 부시단독정상회담 1시간, 공동기자회견 15분, 오찬회담 1시간15분
1998. 6.10김대중-빌 클린턴단독정상회담 1시간5분, 확대정상회담 25분
1993.11.23김영삼-빌 클린턴단독정상회담 1시간30분, 확대정상회담 25분,만찬 1시간
1990. 6. 6노태우-조지 부시단독정상회담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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