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희정씨 정치자금법위반 적용]청와대의식 '꼬리자르기' 의혹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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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수사의 불똥이 노 대통령에게로 튀는 것을 막는 동시에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의식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밝힌 안희정씨 영장 청구 근거=이번 수사에서는 99년 7월 안 부소장이 나라종금측에서 받은 2억원을 생수회사에 입금시킨 뒤 2000년 10월 회사를 처분하면서 매각 대금 중 2억원가량을 노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93년 설립·현 자치경영연구원)에 전달했다는 점이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를 전제로 안 부소장이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받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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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소장은 2001년 당시 투자자금으로 입금된 돈을 나라종금측에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 정치자금의 수령자가 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공소시효(3년)는 이 돈을 돌려줘야 할 2000년 10월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결정의 효과=안 부소장을 정치자금 수령자로 규정하면 노 대통령은 조사를 받거나 해명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정치자금을 받은 사람이 안 부소장인 이상 그 자금을 어디에 사용하고 누구에게 줬는지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더구나 노 대통령은 안 부소장이 2억원을 받았던 99년 7월에는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연구소 소장을 맡았지만 2000년 10월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이 연구소 운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의 전언.

검찰은 또 안 부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카드로 ‘대통령 측근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까지 피할 수 있게 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장고 끝에 묘수’를 생각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공적자금비리 수사팀은 대우자동차판매에서 7억원과 1억원을 직접 전달받은 이재명(李在明) 전 민주당 의원과 송영길(宋永吉) 민주당 의원을 같은 법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타당성 논란=검찰이 안 부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나라종금에서 흘러온 돈의 최종 종착지가 지방자치실무연구소였지만 돈의 경유지에 불과한 안 부소장을 수령자로 보고 안 부소장만 처벌하려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 적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검찰 관계자들도 우려한다.

또 안 부소장이 받은 2억원의 성격에 대한 검찰의 판단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안 부소장이 99년 7월 운영하던 오아시스워터사의 설립 목적은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대한 재정 지원. 따라서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 부소장이 2억원을 ‘투자자금’이라고 주장해도 자금의 최종목적지는 정치적 사조직인 이 연구소였기 때문에 2억원을 순수 투자자금으로 볼 수 없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런데도 검찰이 99년 나라종금에서 들어온 돈을 투자자금으로 판단했다가 2001년 생수회사에서 빠져나간 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으로 규정한 것은 ‘돈의 성격’에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또 안 부소장이 구속된다 해도 법원에서 그가 금품의 실질 수령자가 아니고 비난 가능성도 약하기 때문에 무죄가 될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구속영장부터 기각될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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