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드 美대사 "北고위급인사 20명망명 보도 사실 아니다"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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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경원하(慶元河) 박사를 비롯한 핵 과학자 등 북한 고위급 인사 20여명이 망명했다는 호주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허버드 대사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호주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위 정보당국자도 이날 “중국 호주 미국 등의 정보당국에 확인한 결과 어떤 국가도 경 박사를 비롯한 북한인의 망명에 관여하거나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볼 때 망명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인들이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난민 자격으로 입국했을 가능성은 완전 배제할 수 없다”며 “적어도 미국정부 차원에서 망명을 추진한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 박사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경 박사가 북한에 있는지, 또는 북한 밖으로 나갔는지 등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인 망명 여부에 대해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즉답을 피한 것을 두고 ‘사실상 망명을 시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도 “바우처 대변인의 언급은 액면 그대로, 미국 정부가 북한인의 망명 여부를 모른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나는 망명에 대해서는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북한을 떠났을 가능성이 있는 북한인들의 문제에 관해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바우처 대변인은 그러나 호주 언론 보도 중 “미국이 북한 최고 핵과학자 등의 망명을 도와준 나우루에 여러 유인책을 제공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는 나우루의 외교 공관 설립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 일이 없고, 재정지원을 약속하지도 않았다”고 명백하게 부인했다.

그는 또 허드슨연구소의 필립 개그너를 어떤 종류의 중개인으로 이용한 적도 없고 그가 어떤 공식적인 회의에 참석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호주신문 ‘디 오스트레일리안’의 마틴 출러브 기자는 “북한인들의 망명은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확인한 명백한 사실”이라는 입장이어서 진위여부를 가리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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