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세대가 보는 민주주의]"정부 감상적 태도로 정체성 혼돈"

  • 입력 2003년 4월 18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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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경무대로 몰려가 민주주의 수호를 한목소리로 외치던 4·19 세대들. 그때 그 세대들은 2003년 오늘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43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경무대로 몰려가 민주주의 수호를 한목소리로 외치던 4·19 세대들. 그때 그 세대들은 2003년 오늘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동아일보 자료사진
43년 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앞세워 독재에 항거했던 4·19세대들은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안동일(安東一) 변호사 등 ‘4·19혁명주체 대표’들은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 등 원로인사 및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인 신혜식(申惠植)씨 등 청년그룹과 함께 19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반핵·반김 자유통일 4·19 청년대회’를 연다. 이들은 이에 앞서 18일 저녁에는 전교조와 갈등을 빚다 자살한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 교장을 추도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4월혁명회는 18일 흥사단에서 별도 행사를 갖고, ‘자주 통일 완수’를 다짐했다. 정부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19일 서울 수유동 국립 4·19묘지에서 기념식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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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도 나뉘어서 열리고 내세우는 주장도 차이가 있지만, 4·19세대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나 한미관계, 대북 관계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4·19세대 다수는 현재의 반미, 친북 분위기 및 사회갈등 양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대 4학년 때 체험한 4·19혁명을 기록한 ‘기적과 환상-4·19 학생운동기’의 저자이기도 한 안동일 변호사는 18일 “지금 우리 상황은 침묵하는 다수가 일어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상황이다. 이점에서 제2의 4·19가 필요할 정도다”고 말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한국내 정체성 혼돈을 야기하고,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내세운 ‘자주적 한미관계’가 미국의 반한 정서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학회장으로 4·19혁명에 참여한 윤식(尹埴) 전 ‘4월회’ 회장은 “학생 혁명은 자유에 대한 열망 때문에 가능했다. 개혁도 좋지만 어떠한 경우든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를 거쳐 정치에 입문한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 전 의원은 “현 정부가 국민의 참여로 시대를 이끌어가겠다는 발상은 4·19 정신과 일치한다”며 “민주주의를 향한 정부의 노력은 지지하지만 대북문제나 한미관계에서 감상적인 태도를 경계한다”고 말했다.

강재식(姜在植) 4·19부상자회 회장은 “참여 민주주의는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며 “정부가 특정 집단을 적대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그 결과 공동체 개념이 희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치된 사회적 동의를 얻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분법적 사고’가 특히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무조건적 축출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 젊은 세대의 일방적 친북 성향도 우려할 수준이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4·19세대들의 이 같은 걱정에 대해 ‘4월혁명회’의 황건 상임의장은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사회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현 정부가 좀더 자주적인 대외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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