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결엔 안 끼고 회담엔 못 끼고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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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은 유감이다. 결의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절박하고 미묘한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부는 해명했다. 정부의 판단이 옳다면 북한이 상응하는 보답을 할 차례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 핵문제 논의가 북한-미국-중국의 3자회담으로 시작된다는 소식은 불행하게도 한국 외교의 혼란상을 절감하게 할 뿐이다.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 성사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북핵의 한쪽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된, 납득하기 어려운 회담형식을 수용한 정부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 안도감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우리는 회담장에 앉지도 못하니 정부가 강조하던 ‘주도적 역할’은 하려야 할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적절한 시점에 추가로 회담에 참여하면 된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라지만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일지 의문이다. 핵은 북-미간 문제라고 우겨 마침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좌하게 된 북한이 쉽게 생각을 바꾸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하다.

비록 중국이 참여하지만 회담은 북-미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제네바 북-미회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조율한다고 하지만 협상과정에서는 역할을 못하면서 무거운 부담만 짊어지는 결과가 반복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핵문제 같은 중요한 논의에서 우리가 배제되는 전례를 다시 만든 것은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북핵 문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일본 러시아보다 훨씬 크고 직접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과 같은 ‘다자대화 후보군’으로 취급되는 것도 부당하다.

지금부터라도 북핵 회담에 한국이 조속히 참여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옳다. 북한을 배려한 결과가 무엇인지 냉철히 따져보고 최선은 놓쳤지만 차선이라도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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