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해법 왜 '多者틀'인가]당근-채찍 함께…美 부담덜기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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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를 다룰 다자대화의 틀에 대한 논의가 한미 양국을 비롯해 관련국들 사이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국측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3일 “다자대화가 곧 결실(fruition)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데 이어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대사,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이 잇따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조만간 뭔가 가시적인 조치가 나올 전망이다.》

▽왜 다자틀인가=북한이 지난해 12월 핵동결 해제 의사를 밝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추방하는 등 제네바 기본합의를 사실상 무효화시킨 뒤 미 행정부는 다자틀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자틀로 접근할 때 발생할 문제는 북한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긍정적인 방향이나, 핵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부정적인 방향이든 문제 해결을 오히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미국측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관련국들이 분담함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덜게 된다. 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압력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을 쉽게 한다는 것.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다자틀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를 원치 않는 관련 당사국들이 뭔가 정치 경제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직후에는 북-미 양자대화를 통한 조속한 해결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다자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에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미측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는 현실적인 방안을 택했다. 물론 여기에는 북-미 양자대화만 진행될 경우 우리만 소외되고, 한반도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요한 점은 대화가 시작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자틀을 어떻게 추진하나=다자틀은 논의 주체가 많아서 진행이 더디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1997년 12월 1차 회의를 가졌던 남북과 미국 중국간의 4자회담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박건우(朴健雨)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은 “당시에는 4자회담 운영방안에 대한 선례를 찾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자대화를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대화에 참석하더라도 북-미 양자구도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도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회담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미 양자회담을 둘러싼 관련 당사국들의 긴밀한 의견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성한 교수는 “다자대화 진행 방식은 물론이고, 북핵 문제가 해결된 뒤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지 등에 대한 관련국간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과거처럼 의제 설정 등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로 시간을 끌기에는 북핵 문제는 너무 중대하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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