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적인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포괄적 보좌기관인 총리에게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는 한 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몸집을 불릴 때부터 이 같은 권한 집중은 이미 예견됐다. 일선 검사나 노조간부와도 직접 만나는 노 대통령의 현장정치 또한 총리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 총리의 귀책사유도 경시할 수 없다. 있는 듯 없는 듯 몸을 사려온 처신이 그를 국정의 2선에 머물게 한 측면이 있다. 정부중앙청사 통합브리핑실 설치건만 해도 그렇다. 언론정책이 주요 현안으로 부각된 게 언제인데 최종 계획을 신문보고 알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정홍보처장의 보고누락 못지않게 총리가 미리 챙기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언론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고 총리가 시종 “확실히 모르겠다”거나 “짐작컨대…”라는 식으로 비켜간 것 역시 보신(保身)성 행동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 상황에서 인사부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목소리만 들리니, 고 총리가 뭘 책임지고 있는지 국민은 의아해 할 것이다. 게다가 정부기관간 정책 이견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어,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고 총리의 안정감조차 의심을 받고 있다.
아니면 아니고 틀리면 틀리다고 해야 하는 게 책임총리다. 그리고 빠르면 늦추고, 치우치면 바로잡는 게 안정총리다. 이를 위해 고 총리부터 소리를 키우고 국정조정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 총리가 스스로 다짐한 ‘헌법에 규정된 권한에 충실한 총리’로 바로 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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