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측근 2억5000만원 수수]나라종금측 해명 의문점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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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측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안희정(安熙正)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에게 돈을 줬다고 공개함에 따라 돈을 전달한 경위와 형사처벌 가능성이 검찰 수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나라종금측의 해명=김 전 회장의 변호인인 이재화(李在華) 변호사는 안 부소장과 염 위원에게 대가성 없는 자금을 줬다고 거듭 주장했다.

안 부소장에게는 김 전 회장의 동생 효근씨 요청으로 99년 6월 생수회사 투자금 명목으로 2억원을 전달했으나 나라종금 퇴출 로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염 위원에게도 역시 같은 해 8월 용돈 명목으로 5000만원을 건넸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사람에게 로비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 이 변호사의 말이다.

김 전 회장측의 해명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선 돈이 전달된 99년 중반기는 정부가 종금사에 대해 회생 결정을 내리고 정책을 추진했던 시점이라서 안 부소장과 염 위원에 대한 금품 전달이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와 연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99년 당시 안 부소장과 염 위원의 신분으로 볼 때 두 사람이 최종 로비의 대상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99년 6월 당시 안 부소장은 노 대통령이 93년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오아시스워터라는 생수판매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염 위원의 경우도 99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 감사로 재직하던 중 일어난 뇌물 사건으로 구속돼 보석으로 풀려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의문점과 수사전망=김 전 회장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돈을 전달한 구체적 경위에 대한 의혹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선 안 부소장에게 현금을 전달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현금을 전달한 보성그룹 계열사 L사 자금담당 이사 최모씨는 지난해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의 지시로 2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N호텔 주차장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생수사업 투자라면서 계좌이체나 수표로 전달하지 않고 점선 조직처럼 만나 현금으로 준 점이 의문이다. 정식 영수증을 교부하지 않고 명함 뒷면을 영수증으로 이용한 이유도 불분명하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해온 안 부소장이 6일 본보 기자를 만나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한 배경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김 전 회장과 염 위원이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선뜻 5000만이 염 위원에게 전달된 과정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보성그룹 김 전 회장측의 최종 로비 대상이 안 부소장과 염 위원이 아니라 그 윗선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이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안 부소장과 염 위원에 대해서는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의혹들을 중심으로 대가 관계를 규명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사실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검찰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김 전 부회장이 조성한 개인자금과 나라종금의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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