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일각 비판 제기]"대통령 파병입장 어정쩡…국민혼란"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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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이라크전쟁 파병 문제에 대해 정치권은 31일에도 ‘찬성 성명 발표’와 ‘반대 릴레이 시위’란 극단의 모습을 보였다. 여권 일각에선 “이러다간 파병에 따른 국내외적 실리를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자성론=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파병 문제가 ‘건전한 토론’ 수준을 넘어 ‘국론 분열’의 부작용만 낳고 있다”며 “대외적으론 미국이나 아랍권 어디로부터도 신임을 얻지 못하고 대내적으론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립만 가중시킨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선 “청와대의 상황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계속 ‘속전속결’의 자세로 적극적인 반대의견 설득에 나서거나 처음부터 충분히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는데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의 파병 반대 입장을 노 대통령이 용인한 것에 대해 국민은 혼란스러워 한다”며 “청와대가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마치 언론사 해설위원처럼 평가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장선(鄭長善) 의원도 개인 성명을 내고 “청와대는 파병을 결정했으면 더욱 강력하게 이를 추진하거나, 아니면 포기하라. 지금 같은 애매한 태도를 버리라”고 촉구했다.

당내 중진들의 파병 찬성 성명도 잇따랐다.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파병 결정은 한국의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라며 “파병 찬성이란 내 결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17대 총선에서 겸허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張永達) 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고뇌에 찬 (파병) 결단이 도덕적 윤리적 잣대로 재단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파병 반대파의 릴레이 시위=개혁국민정당 김원웅(金元雄) 대표가 주도해 온 ‘반전·평화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31일부터 파병 반대를 위한 1인 릴레이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은 의원들이 하루씩 오전 10시부터 만 24시간을 여의도 국회 내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지내는 형식. 이날은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이 농성했고, 1일부터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민주당 오영식(吳泳食) 의원 순으로 이어진다.

김홍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병은 실리도,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설득 작업=청와대는 휴일인 3월 30일에 이어 31일에도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등 정무 라인이 파병 반대파 설득작업을 벌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경우 반대 의원 수가 40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30일 전화통화를 한 몇 명은 태도를 바꾸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태도를 바꾼 의원은 S, L, J 의원 등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 대통령이 30일 파병 반대 의원 명단을 보고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자 ‘직접 의원 설득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與野총무 "시민단체, 의원결정에 압력가해선 안돼"▼

여야는 31일 일부 시민단체가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벌이려는 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총무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자율적 토론과 의결과정을 저해하는 분위기는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발상”이라며 “의원들의 의사결정에 압력을 가하려는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양당 총무는 이어 “전쟁에 대해선 모든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반대하고 있으나 파병요청은 어떻게 하는 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바람직한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거쳐 도출된 의원들의 의견과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병동의안 처리문제와 관련, 정 총무는 “가급적 4월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 직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총무는 “노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본 뒤 의원총회에서 찬반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처리시기는 3, 4일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해 이견을 보였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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