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 언론을 오해하고 있다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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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을 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했는지 의아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아래서 언론통제는 당연히 독자 몫이다. 정보 소비자인 독자가 수용하지 않는 언론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언론에 대한 독자의 감시는 갈수록 엄정해지고 있다.

언론에 권력의 오·남용을 감시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은 법과 제도 이전의 민주적 이념과 원칙이라는 점에서 언론자유는 민주적 정통성과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과 언론이) 각자 자기 길을 가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맞다. 정권의 긴장을 강조한 것도 옳다.

그러나 ‘언론의 시샘과 박해’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 헌정사에서 박해의 주체는 으레 정권이었다. 노 대통령이 예로 든 김대중 정부 시절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그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언론은 언제나 정권보다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깨어있지 않으면 정권의 일탈 위험은 커지는 게 상례이므로 그것은 정권에도 불행하다. 최근 독소조항이 포함된 문화관광부의 ‘취재지침’을 그대로 전 정부기관에 확대한 것이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언론을 통치 보조수단으로 길들이려고 했던 권위주의 시절의 ‘보도지침’을 연상케 한다.

정권과 언론이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 없이 편견이나 증오를 가지고 적대시하는 것은 국가적 혼란과 낭비를 초래한다. 권력과 언론의 오류도 상호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나쁜 언론환경’만 탓한 것은 일방적이다. 새 정권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언론 나름대로 보도와 논평에 신중을 기했는데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당한 견제와 비판까지 호불호를 따져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 기자들을 대통령비서진이 ‘술 마시고 헛소리나 나누는’ 대상으로 일반화한 것 또한 유감이다. 정권은 먼저 ‘나쁜 언론환경’을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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