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조직 인플레' 우려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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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정부조직의 인원과 직위에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공무원 조직과 인원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에 접수된 각 부처의 증원신청은 3000명을 넘어섰고 장차관급도 대통령비서실을 포함해 벌써 여섯 자리가 신설되거나 직위가 격상됐다.

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작은 정부를 공약한 적이 없다”고 말한 데다 청와대가 먼저 인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 여기에 내년쯤 단행될 정부조직 개편에 대비해 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공무원 증원 신청 러시=청와대가 인원을 93명이나 늘린 것을 신호탄으로 각 부처가 행자부에 앞다퉈 증원 신청을 내고 있다.

철도청은 정부 출범 직후 2000여명의 증원을 요구했으며 외교통상부 등 5개 부처에서도 모두 1000여명의 증원을 요청했다. 외교통상부는 추가 증원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 관계자는 “아직 증원 신청을 하지 않은 부처들도 곧 증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처들이 인수위 보고 때 요구한 인원을 모두 합치면 무려 1만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르면 다음달부터 부처별로 최대 3명까지 2, 3, 4급의 장관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어 인원 증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수는 97년 말 93만5759명에서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구조조정으로 98년 88만8334명, 99년 87만5672명, 2000년 86만9676명, 2001년 86만8120명으로 계속 줄었으나 지난해 교원과 집배원 등의 증원으로 2월 말 현재 90만4203명이 됐다.

▽직위 인플레=우선 대통령비서실이 장관급인 정책실장, 국가안보보좌관과 차관급인 인사보좌관, 국민참여수석을 신설해 국민의 정부보다 장차관급 4명을 새로 늘렸다.

또 1급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과 중앙박물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으며 신설될 대통령 소속 행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도 장관급이다.

국무조정실도 차관급 차장을 1, 2명 신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어 장차관급이 늘어나는 직위 인플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 대통령은 24일 행자부 업무보고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한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기구와 인원을 무턱대고 늘려서는 안 된다”며 인플레 현상에 제동을 걸었다.

행자부 관계자도 “각 부처가 효율적인 정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증원 요청을 엄격히 심사해 각 부처가 조직과 인원을 비정상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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