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드 美대사 "北 核시설 가동땐 고립 심화"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57분


코멘트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가 7일 충청포럼 초청 강연에 참석해 북한핵 문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가 7일 충청포럼 초청 강연에 참석해 북한핵 문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기자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7일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한 단계(very serious step)’로 받아들일 것이며 북한은 그들이 원하는 안보 보장과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 등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버드 대사는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회 충청포럼(회장 성완종·成完鍾) 초청 오찬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핵개발을 완전 포기해야만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간 직접 대화 가능성에 대해 허버드 대사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노 대통령과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눴으며 한미 정부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기로 의견 접근을 봤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매우 고무적이고 유익한 세대교체가 이뤄졌으며 미국은 노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한다”면서 “한국 내 반미감정은 일부의 시각일 뿐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찬연설 뒤 가진 일문일답 요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은 무엇이며 북한이 이를 넘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레드라인’이라기보다 ‘바텀라인(bottom line·기본 입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북한이 핵시설을 가동한다면 스스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미 행정부는 최근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시인한 것을 협상카드로 보는가, 아니면 실제로 핵을 보유하겠다는 뜻으로 보는가.

“그 정확한 의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지난달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북한과 미국 핵전문가들이 극비 회동했다는 물밑 접촉설이 나오고 있는데….

“미 행정부는 일명 ‘뉴욕 채널’(미 국무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간의 대화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해 왔으며 아직도 그 라인은 열려 있다. 그러나 최근 접촉을 시도했던 채널들은 이와는 무관한 사적인 시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이 실패할 경우 마지막 선택으로 군사행동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모든 선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말 그대로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지 군사적 해결책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미 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 등 주한미군 재배치도 이와 관련이 있는가.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배치가 필요한 것인지, 또 그 결과가 어떨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결정은 한미 양자간 협력과 토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 재배치가 어떻게 이뤄지든 한국에는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며 서울에도 미군이 계속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