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국무회의]“大邱는 80년 光州같은 공황상태”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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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좌석배치가 크게 달라졌고,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대책 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장관들 전원이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 등 토론이 벌어졌다.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배치된 국무위원석은 노 대통령의 “법대로 하라”는 지시에 따라 국무위원에 해당하는 19개 부처 장관과 국무총리 자리만 마련됐다. 이에 따라 관행적으로 국무위원석에 동석했던 대통령비서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조정실장, 통상교섭본부장, 법제처장 등의 자리는 뒷줄에 배석하는 것으로 ‘후방배치’됐다.

장관급 자치단체장으로 간주해 국무회의에 참석해 왔던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서울시와 관련된 사안이 있을 때에만 참석하도록 했다. 반면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새로 ‘당연직’ 배석자에 포함됐다.

이날 회의는 오전 9시에 시작돼 3시간 동안 진행됐고, 도중에 고건(高建) 국무총리의 제의로 10분간 정회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의전 관계자는 “국무회의 도중 휴식을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무회의는 통상 1시간 정도 걸렸다.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은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고, 최연소인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회의 시작 전 일일이 다른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최근 경제동향 보고에 이어 국가재난 관리시스템 구축에 관한 토론이 시작되면서 회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먼저 대구 출신인 이 문화부 장관이 “대구 시민의 분노와 좌절감은 대선 과정의 허탈감과 연결돼 심상치 않다. 80년 광주에 버금가는 정신적 공황상태다. 단순한 사고로서의 대책이 아니라 정치적 종합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8월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나, 지금 상태로는 성공적인 개최가 어려운 만큼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의미있는 얘기”라고 답한 뒤, 즉석에서 안전관리체계에 깊은 관심을 보인 이 장관도 재난관계장관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이 지하철 관리운영을 지자체 차원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대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으나, 고건(高建) 총리는 “지하철은 해당 시와 책임운영기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책임도 거기서 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은 시민의식을 문제삼는 시각을 경계했다. 강 장관은 “정부가 잘못하고 시설에 문제가 있었는데 국민을 탓할 수는 없다”며 “선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영탁(李永鐸) 국무조정실장은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술자 출신답게 “재난에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매뉴얼을 만드는 등 철저히 대비하자고 제의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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