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정치권 움직임]"盧 2235억 규명해야 협력"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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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전모 규명을 노무현(盧武鉉) 차기 정부와의 협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박 대행은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진실 고백과 사과, 특검법 통과에 대한 노 당선자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는 앞으로 국민 공감대 형성 및 야당과의 사전협의 없이 대북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못박아 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직자들은 “‘대북 뒷거래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체 규명 요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이 문제에 관한 한 ‘흥정과 타협’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행은 이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헛다리만 짚어 왔고 노 당선자는 세계가 핵 개발 저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중재’ 운운하는 비현실적 대북 인식을 보였다”며 국민합의와 상호주의, 투명성과 검증이라는 대북 정책 3원칙의 준수를 노 당선자에게 촉구했다.

박 대행은 그러면서 ‘퍼주기식 대북정책’에 대한 강력한 견제가 자칫 ‘국정 발목잡기’로 비춰질 가능성을 우려한 듯 “정쟁과 극한 대결의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건전한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는 ‘정치개혁’ 다짐도 잊지 않았다. 박 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정 운영의 양대 축은 대통령과 국회로 분산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국회 관여 차단 △국회 입법권 확대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정조사와 특검 요건 완화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도 요구했다.

박 대행은 인사정책과 관련, “노무현 정부는 현 정부보다 이념적으로 더 편향적이고 인재 풀도 더 빈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찾다가 한쪽으로 치우친 외골수 정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폭넓은 인재 등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대통령직인수위의 활동을 보면 새 정부가 시장경제와 자율규제 원칙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을 적대시하지 말고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만드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역설, 새 정부의 ‘색깔’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를 대변했다.

박 대행은 이어 “노무현 정부와 개혁 경쟁을 하는 식의 개혁병에 매달리며 씨름하지는 않겠다. 급진적이며 과격한 개혁은 나라를 거덜내고 정권은 실패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온건 개혁노선으로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盧측-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과 민주당은 6일 한목소리로 ‘당사자 국회 비공개 증언’ 카드를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새로운 해법으로 내놓았다. 노 당선자측은 이 방법만이 특검제나 국정조사를 피하면서 이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당사자는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 등을 지칭한다.

신주류 일각에선 여전히 특검제 수용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검제의 경우 수사 기간이 몇 개월 걸릴 가능성이 커 집권 초반부터 새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이 노 당선자 쪽의 걱정이다.

노 당선자측은 따라서 당사자 증언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추가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해명은 ‘마지막 조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나 임채정(林采正)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대통령이 방법의 오류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도 노 당선자측과 같은 기류다. 김원기(金元基) 개혁특위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상임위 등에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 당사자가 좀 더 진솔한 자세로 이 문제에 대한 전말을 얘기하는 게 문제를 푸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의 ‘육성 고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김 대통령이 퇴임 전 국회에서 ‘남북화해협력과 민족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있다면 사과한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국민이 그래도 정 용납하지 못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고별연설을 하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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