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NPT 탈퇴하고 핵포기 믿으라니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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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마침내 핵확산금지조약(NPT),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맺은 안전조치협정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다.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적 안전장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이로써 북한이 핵동결 해제 선언을 한 뒤 IAEA 사찰관까지 추방했지만 NPT 탈퇴라는 금지선(red line)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 및 그 관련 장비와 기술을 입수해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도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적 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3개월 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핵위기를 냉철하게 재점검해야 할 비상 국면이다. 북한은 사용 가능한 ‘핵카드’를 단시일 내에 차례차례 거침없이 휘두르며 오늘의 위기를 조성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의 대응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한 걸음 한 걸음 밀리다 보니 오늘과 같은 궁지로 몰린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의 판단을 포기하고 북한의 의도를 다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대응이 왜 먹혀들지 않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점점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평화적 해결’만을 되풀이하는 낙관적인 자세는 버릴 때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압살정책을 그만두고 핵위협을 걷어치우면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북한의 발표를 믿기는 어렵다. 스스로는 남한 및 미국과의 합의는 물론 IAEA의 핵동결 요구까지 무시하면서 미국을 향해 먼저 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핵위기를 해소할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은 NPT 탈퇴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런 다음 북한 체제보장 의사를 보인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북한은 자신들의 거친 행동이 우리 정부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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