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방식 문제점]토론 딱 한번…비교검증 의문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9시 16분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과 여론조사 방식이 실무협상에서 타결되더라도 후보단일화의 마무리까지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 이미 양측이 의견접근을 본 TV토론의 진행방식이나 여론조사방식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TV토론〓이번 TV토론을 통해 두 후보간 정책의 차별성에 대한 충분한 비교 검증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벌써 나오고 있다.

당초 중앙방송사 3회, 지역민방 3∼4회의 토론을 실시하겠다는 양측의 계획이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1회의 중계방송’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두 후보가 서로의 차이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공격적인 토론을 의도적으로 피할 경우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맥빠진 토론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두 후보 진영은 ‘정책토론 중심’으로 TV토론을 진행한다는 합의를 한 데다 단일화 이후의 공조체제를 의식해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은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잠정합의대로 다수의 패널을 선정하지 않고 사회자 1명이 토론을 진행할 경우 ‘객관적인 검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와는 별개로 두 후보는 TV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둔다는 방침이어서 특정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신문방송학) 교수는 “양자간 토론이 정책적 차이를 검증하는 토론이 아니라 특정 후보 공격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두 후보만 참여하는 TV토론 중계에 대한 기회균등이나 공정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두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0.1%포인트의 차로 지더라도 패배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여론조사 과정 곳곳에서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암초가 적지 않다.

우선 조사요원 충원의 객관성 문제다. 우리나라 여론조사 기관들은 정식 조사요원을 갖추지 않고 대부분 조사량의 수요와 현안에 따라 20대 여성들이 주축인 아르바이트 요원을 통해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24시간 안에 1800명의 샘플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조사요원 100여명이 투입돼야 한다.

특히 오차범위 내의 접전일 경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요원이 100명 중 5명만 포함돼 조사를 왜곡할 경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여의도리서치 안충섭(安忠燮) 대표는 “대부분의 큰 조사기관은 전속 조사원을 두고 있어 별문제가 없지만, 조사원의 선호도에 따라 답변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조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감청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조사기관이 드문 데다 나중에 결과를 재검증하는 방법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신뢰도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충분히 예상된다.

조사결과가 오차 범위 내로 나왔을 경우 승복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코리아리서치 김덕영(金德榮) 전무는 “통상 1000명 대상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3.1%인데, 이는 두 후보간 차이가 6.2% 이내라면 누가 승자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로 정치적 승부를 가리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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