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분석결과…두달반 전국흔든 兵風 결국 '허풍'

  • 입력 2002년 10월 16일 23시 18분


김대업씨가 '원본'이라며 검찰에 8월 30일 제출한 두번째 녹음테이프. -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대업씨가 '원본'이라며 검찰에 8월 30일 제출한 두번째 녹음테이프. - 동아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김대업(金大業)씨가 제출한 녹음테이프에 대해 인위적 편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말의 끊김 현상 △조작신호로 추정되는 신호 검출 △주파수 스펙트럼의 주파수별 에너지 분포의 불일치 등 크게 3가지다.

검찰은 김씨가 1, 2차로 제출한 테이프는 녹음 내용과 길이 등을 비교해 볼 때 보이스펜에 녹음된 원본 내용을 서로 다른 2개의 테이프에 녹음한 ‘형제’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두 테이프를 분석하면 원본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근거인 말 끊김 현상은 목소리에 대한 주파수 분석을 거쳐 이를 음성그래프로 바꾸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음절이 부자연스럽게 끊기는 현상이 수차례 나타난 것. 예를 들어 ‘박’이라는 음절의 경우 앞부분이 끊기고 ‘∼악’만 남는 식이다.

검찰은 이런 현상이 녹음된 테이프의 중간을 끊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 2차 테이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테이프 중간에 정지나 녹음, 일시 정지 등의 버튼이 눌러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여러 군데 등장하는 것도 편집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1차와 2차 테이프는 서로 시차를 두고 녹음됐기 때문에 녹음 환경이 달라 잡음 정도가 크게 다른데도 일정 부분에서는 똑같은 신호가 발견된다는 것. 김대업씨의 말이 끝나는 부분과 상대방의 말이 시작되는 부분, 김씨가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 중간 중간에 이런 현상이 발견된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주파수 에너지 분포에 차이가 나는 것은 두 사람의 대화가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김씨와 상대방의 음성을 따로 떼어 분석한 결과 그래프 모양에 큰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 주파수 에너지는 녹음기기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동일 장소에서 같은 녹음기기로 녹음됐다면 두 사람의 대화를 따로 모아서 비교 분석했을 때 비슷한 모양의 그래프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점들만으로 “테이프가 편집됐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성문(聲紋) 분석 결과 발표는 ‘(편집으로) 판단-추정-가능성-판단불능’의 4단계로 나눠지는데 이번 분석 결과는 판단불능 바로 위 단계인 ‘가능성’의 단계라는 것이다.

1차 테이프 분석결과에 대해 “편집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가 이번에 “1차 테이프도 2차와 마찬가지로 편집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두 테이프의 잡음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1차 테이프의 경우 잡음이 너무 심해 그 속에 편집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단서들이 가려져 있었지만 2차 테이프는 잡음이 크게 적어 단서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2개의 테이프가 모두 최초 복사본인 만큼 2차 테이프가 편집 가능성이 있다면 1차 테이프도 마찬가지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러한 성문 분석 결과는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발표한 ‘가능성’은 김씨가 김도술씨의 대화 내용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순서를 바꾸거나 일부 내용을 삭제하는 등 짜깁기했을 가능성은 물론 김도술씨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갖고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업씨 자신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온 테이프가 편집됐거나 조작됐다면 그가 제기한 의혹 전반에 대해 다시 검증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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