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업 전담은행 만든다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19분


올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작한 북한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의 단위를 개인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당국은 또 분야별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소(기업)를 뽑아 집중 지원하고 기업소에 돈을 빌려주는 상업은행을 내년 초부터 운영할 방침이다.

동아일보가 북한현지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1996년 축산단지 시범지구로 지정한 평양시 강동군 구빈리 협동농장은 최근 염소젖 경쟁 생산 단위를 마을(20∼50가구)에서 개인으로 세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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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은 주민 1명에게 20여마리의 젖염소를 나누어 준 뒤 매일 산출하는 젖의 양을 기록해 개인별 생산 실적에 따라 농장 수입을 분배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옛 한국이웃사랑회·회장 이일하)가 물자를 지원하고 있는 이 농장은 출범 후 젖염소를 공동 사육하다가 99년 마을 단위의 경쟁체제를 도입했었다.

임귀남 지배인(44)은 “남보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돈을 덜 분배받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이 젖을 더 생산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기업소나 판매소들이 다른 기업과 생산량과 판매량을 놓고 경쟁하는 체제가 최근 적극 도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만난 한 북한관계자는 “당국은 업종별로 기업소들을 경쟁시킨 뒤 생산성과 창발성(혁신성)이 뛰어난 기업소를 골라 국가가 집중 지원하거나 외자를 우선 배분해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경쟁과 실적에 따라 1등 업체를 골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신설되는 상업은행은 기업소에 급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사업을 하고 남은 돈을 맡아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국영상점과 농민시장(장마당)의 물가가 비슷해지고 북한 당국이 농민시장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면서 농민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의 종류와 양이 크게 줄어들었다.

평양〓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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