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공기 딜레마' 신중하게 풀어야

  • 입력 2002년 8월 11일 18시 43분


북한의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로 남한 땅에서 인공기(人共旗)가 게양되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분단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남북화해사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의미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는 나라의 국기와 국가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이미 확립된 관례다. 경기장 및 선수 숙소에 인공기가 걸리고 북한 선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둘 경우 인공기 게양과 국가 연주로 이어지는 시상식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하며 논란거리가 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며 이적단체에 대한 찬양 고무 행위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우리의 고민이 시작된다. 더구나 대다수 국민은 북한이 불과 두달 전 서해에서 저지른 심각한 군사도발을 잊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응원을 어디까지 묵인해야 할 것인가. 북한 선수단의 체재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라는데 인공기를 흔드는 일에 전념할 응원단에게까지 경비를 지원할 것인가. 응원단의 규모는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 남한의 ‘북한 서포터스’에게 인공기를 허용할 것인가.

정부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 17일부터 시작되는 실무접촉에 임해야 한다. 인공기와 북한 국가는 북한의 상징이다. 정부가 북한의 상징을 어떻게 대할지 전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주최국으로서 북한에 이번 대회 성공을 위한 협조를 당당하게 요청해야 한다. 남북한은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동시 채화한 불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합쳐 만들어진 성화로 이번 대회를 밝히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지 않는가. 남북한이 여러 국제스포츠행사에서 국기와 국가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전례도 있다. 입장식과 응원의 경우 남북한 모두 한반도기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해결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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