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대화 재개한다지만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06분


어제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북한은 북-미(北-美) 대화 및 북-일(北-日) 수교협상 재개라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회동은 작년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이래 중단됐던 북-미 대화의 물꼬를 다시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은 지난주부터 잇따라 미국에 대해 ‘조건없는 대화’ 의지를 밝혀왔다. 미국측도 엊그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전에 없이 유화적인 대북(對北)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분위기 조성을 통해 곧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등 북-미 관계가 안정적인 협상궤도로 진입하는 것은 우리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고 당면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다. 파월 장관은 이번 백 외무상과의 회동에서도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 재래식군비 감축 문제 등을 향후 북-미 대화의 의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부분이며, 앞으로 북-미 대화가 가야 할 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ARF 회의의 결과가 ‘절반의 성공’에 그치지 않으려면 북-미 양측은 앞으로 더욱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사찰 수용 시기와 관련해 ‘2003년 위기설’까지 대두된 마당에 이번 기회가 그저 대화를 위한 대화정도로 그쳐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어렵게 살려 놓은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문제 등에서 과거와는 다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그렇게 행동할 때 당면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토대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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