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개각]'외압설' 제기 이태복 前복지부장관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38분


복지부와 산하 기관 공무원 사이에서는 이태복(李泰馥·사진) 장관의 경질과 성명서 파문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성명서 내용은 ‘장관이 바뀌는 이유에 대해 어디에서도 분명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국내외 제약회사,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값 인하에 대한 저항과 다양한 경로를 통한 압력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골자.

표정은 다소 상기된 상태였으나 어조는 침착했다. 이 장관이 자신의 경질을 예상한 징후는 전날 저녁에 감지됐다. 그는 10일 밤 기자의 휴대전화로 전화해 약값 인하에 반발하는 제약사와 싸우고 있는 ‘소리 없는 전쟁’에 관해 설명하면서 변화와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후임으로 보건복지 분야에 경험이 전혀 없는 김성호(金成豪) 조달청장이 취임하게 된 데 대해 이 장관은 “보건복지부 업무가 국민생활에 얼마나 영향이 큰지, 현재 시급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개각 원칙의 난맥상’을 비판했다.

성명서에서 지적한 대로 의약계에 대한 개혁정책이 업계의 로비로 좌절된 측면에 대해 동정을 표시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무리한 업무 스타일이 자초한 경질을 제약회사의 로비 탓으로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의료계 전반에 대한 이 장관의 개혁 정책을 지지해온 한 사무관은 “이 장관이 전격경질될 이유는 전혀 없는데 그동안 소문이 무성했던 제약업계의 로비에 순진한 이 장관이 당한 것 같다”면서 “성명서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제약업계가 보건복지부 정책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사실에 공무원으로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간부는 “경질 사유가 제약업계의 로비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면서 “파격적인 직원인사는 물론 그간 무리하게 정책을 끌고 가려다 복지부 내부와 여론 및 업계 모두로부터 외면당한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하 기관의 한 간부도 경질 사실에는 담담한 반응을 보인 채 “때가 되면 조용히 떠날 일이지 굳이 성명서를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찾아가는 복지’ ‘피부에 와닿는 복지’를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새 인물을 기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이 전 장관의 주장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의 경우 본연의 업무보다 강연이나 TV 출연 등 정치적 관심이 많은 것으로 비쳐진 게 사실이다”며 “장관이 야전침대 생활 등 눈에 보이는 자기 홍보에만 열심이어선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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