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찬-반' 정치권 급속 양분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21분



정치권이 개헌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 급속히 양분되고 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5일 개헌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연내 개헌 불가능’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치권의 여러 정파들이 대부분 개헌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 천명한 상태다.

개헌론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 후보가 대결하는 현 대선구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찬성론자는 현 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반대론자들은 현 구도를 굳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민주당 내 두 기류〓노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이 꼭 된다고 생각하고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며 정치적 여건상 연내 개헌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즉시 개헌추진" - 박경모기자

그는 “(개헌추진의) 취지를 미리 짐작해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을 표시하지는 않겠지만 현행 헌법에도 이원집정부제의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당내 개헌론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개헌론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으나,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연내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개헌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반(反) 개헌론’〓노 후보의 가세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주류가 개헌에 반대하는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형국이 됐다. 이회창 후보와 노 후보는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대립각을 형성하면서도 현재의 양자 대결구도가 대선까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연일 개헌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후보로는 대선 승리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민주당 인사들과 군소정파들이 노 후보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중심으로 ‘반 이회창’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의도에서 개헌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에 대해 집중타를 날리면서도 ‘판’ 자체가 깨져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개헌론 세 결집 양상〓현 구도에 불만을 품고 있는 민주당 내 비주류와 자민련 민국당 등이 개헌론을 매개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인제 의원이 연일 개헌론에 불을 붙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을 위해 정파를 초월한 전방위 행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 바로 개헌을 추진해야 하며 국회 내에 헌법개정추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국민을 상대로 개헌을 역설하겠다”고 밝혀 독자적인 개헌 행보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도 “이 나라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이 의원의 개헌 주장을 적극 수용했다.

또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도 개헌론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고, 대통령제에 미련을 보였던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권력분립형 대통령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밑접촉 전망〓이들은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을 갖고 개헌론의 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 대선구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즉 ‘제3후보의 출현’을 원하고 기대하고 있다. 개헌론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론의 발원지도 바로 이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3후보’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월드컵대회를 전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의원부터가 장기적으로는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선 전 개헌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같은 개헌추진론자이지만 민주당 내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나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이들은 아직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외연확대론’에 더 관심이 많다.

관건은 민주당 내 상황이다. 개헌론이 정치권에서 일정한 세를 형성하려면 민주당 내 개헌론자들이 중심이 돼 군소정파들을 결집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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