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아들이 왜 '집사'를 두나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15분


자신이 대통령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집사’였다고 한 김성환(金盛煥)씨의 법정진술은 우리를 또 한번 씁쓸하게 한다. 말이 ‘집사’지 실제로는 국정을 농단한 ‘비리브로커’였으니 21세기 개명(開明)된 사회에 대통령아들이 왜 그런 ‘집사’를 둬야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홍업씨의 최측근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홍업씨의 집사역할을 했느냐’는 검찰신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청탁이 들어오면 홍업씨에게 보고하고, 민원인과의 술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고, 이들에게서 활동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관리,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김씨는 홍업씨를 대리해 그의 일정 돈 등 ‘모든 것’을 관리해온 셈이다. 누구보다도 엄격해야 할 대통령아들이 친구를 그런 용도로 활용하고, 김씨는 김씨대로 이를 통해 자신의 이권을 챙겼으니 이런 일들이 가능한 우리의 후진적 부패구조가 참으로 부끄럽기만 하다.

비단 홍업씨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다른 아들에게도 있었던 일이다. 3남 홍걸(弘傑)씨에게는 최규선(崔圭善)씨가 그런 인물이었다. 최씨는 홍걸씨를 앞세워 막대한 이권에 개입하고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 착복한 혐의로 구속 중이다.

이들 사건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절제하지 못한 대통령 아들들이 원인제공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아들의 이름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온갖 악취나는 일을 다 저지르고 다닌 ‘집사’들의 행동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사실상 활동공간을 허용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 ‘집사’는 말하자면 ‘제도 밖의 권력’이다. 이를 막자면 무엇보다 권력의 행사가 투명해져야 하고 그래서 비선(秘線)이 활동할 수 있는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지금 앞장서서 권력비리의 청산을 강조하고 있는 각 당의 대통령후보들이 명심해야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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