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해군 장병 24명의 사상자를 낸 서해교전 직후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공격에 의한 무력도발’이라고 규정했으나, 이 같은 규정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조치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군사적인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교전규칙을 수정하겠다는 것 외에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가 뒤따르지 않았다.
또한 사건 발생 직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선 별다른 논란 없이 김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결정, 정부가 서해교전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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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김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햇볕정책의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거나 “민간교류는 지속한다”는 입장을 서둘러 밝히는 바람에 정부가 대북 협상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미국이 다음주로 예정됐던 대북특사 파견을 무기 연기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사건이 북한의 계획적 도발이었는지, 그렇다면 그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도 명확히 내놓지 않고 있어, 정부가 이번 사건을 북한 최고지도층의 의사와 무관한 ‘우발적 사건’으로 서둘러 규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온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대응으로 미뤄볼 때 정부가 당초 호언한대로 어떻게 북측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약속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