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의도적 도발' 누가 왜?…

  • 입력 2002년 6월 30일 19시 25분


29일의 서해교전은 여러 정황상 ‘의도된 도발’임이 분명하지만, 북측이 23일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27일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을 녹화 방송한 직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북한 내 군부강경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 내 강경파 도발론〓정부의 한 당국자는 사견을 전제로 “북한 최고위층의 입장에서도 서해교전은 엄청난 악재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6월말로 막을 내릴 예정이던 ‘아리랑 축전’을 15일까지 연장하며 외국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자기 잔칫상을 스스로 엎어버리는 행위’라는 얘기였다.

이달 초 방북해 북측 고위인사들을 만난 한 재계인사도 “이번 사태가 북한 내 강경파의 중심세력인 빨치산 세대의 반발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아리랑축전 이후 빨치산세대와 민족해방전쟁(6·25) 세대를 퇴진시키는 세대교체를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를 북측 고위인사로부터 들었다”며 “이들 구세대의 영향력이 큰 군부가 자구책의 일환으로 도발을 감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이 이번 교전과 관련해 ‘아군(북한군)의 혁혁한 전과’라는 식으로 대국민 선전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관된 대남전술론〓반면 일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심각한 도발에 대해 최고위층과 군부 강경파가 다른 입장일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북측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은 도발 자체를 일종의 대남전술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李恒九) 통일연구회 회장은 “군부 강경파가 이런 엄청난 도발을 자의적으로 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며 “어떤 형태로든 김 위원장의 뜻이 담기지 않고서는 이런 도발이 가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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