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서해만행' 흐지부지 말라

  • 입력 2002년 6월 30일 19시 25분


북한의 ‘6·29 서해 만행’에 대한 정부의 대응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는 이번 북한의 무력도발로 아까운 젊은이 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고 19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를 당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유화적인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격앙되어 있는 국민 여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느낌이다.

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사태 직후 즉각 햇볕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나 통일부가 민간차원의 남북 교류협력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금강산관광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들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 발언의 본뜻이 어디에 있든 간에 정부가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려든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시기에 남북한 간의 긴장이 더 고조되고 한반도가 전운에 휩싸이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울러 햇볕정책을 공론과정 없이 당장 중지하라는 얘기도 아니다. 그러나 정부 한쪽에서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터에 다른 한쪽에서 상반된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 햇볕정책을 내걸고 북측의 잘못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용해왔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런데도 민간차원의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북측이 어떤 일을 저질러도 불이익이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뿐이다. 지원을 계속하면서 사과를 요구할 때 북한이 과연 순순히 그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믿는가.

그런 차원에서 금강산관광 등 민간부문의 교류사업을 국민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일시 중단하라는 정치권과 일부 정부관리들의 주장은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는 우리가 민간협력을 중단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분석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서해교전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민간부문의 교류중지 때문에 투자를 회수한다는 주장은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예정대로 월드컵 폐막식 참석을 위해 어제 방일(訪日)했다. 정부는 또 2일로 예정된 월드컵 성공축하 ‘국민축제’를 예정대로 진행할 움직임이다. 만에 하나 정부가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에 이번 사태를 묻으려는 의도라면 이는 장병들의 순국을 욕되게 하고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결코 흐지부지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내부적으로 허술한 대북 경계태세를 재점검하는 일에서부터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일까지 우리는 정부의 언행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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