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도발]수초새 펑 펑…조타실 화염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59분


“숨진 조천형(趙天衡) 황도현(黃道顯) 하사는 포대 안에서 끝까지 응사하다 숨져 있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해교전’에서 지옥과도 같았던 총격전을 끝내고 30일 오전 1시경 경기 평택시 2함대 사령부에 귀환한 232편대 358호 고속정 최영순(崔永洵·29·대위) 정장은 귀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습 당한 357호정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최 정장은 적함이 포신을 357호정 조타실로 향한 채 다가오자 숨진 윤영하(尹永夏) 정장과 교신을 하며 적함을 주시했다.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적함의 대구경, 소구경포가 일제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357호정의 조타실을 명중시켰습니다. 357호정의 좌현에서 화염과 함께 파편이 튀고 연기 속에서 고성이 오갔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최 정장은 얼마 후 적함에서 소총만 간헐적으로 발사되는 가운데 피격된 357호정의 구조에 나섰다.

“357호정에는 전사자와 부상자가 나뒹구는 등 지옥 같았습니다. 함교(艦橋·지휘대) 위에서 윤 정장이 피를 흥건히 흘린 채 쓰러져 누군가가 인공호흡을 시키고 있었고 그 옆에 있던 부장은 다리 아래쪽에 파편을 맞아 살이 터진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또 숨진 조 하사와 황 하사는 함정 중간과 후방의 21, 22포대 안에서 방아쇠를 두 손으로 꼭 붙잡고 가슴에 안은 채 숨져 있었다고 전했다.358호정은 좌측으로 침몰해 가는 357호정을 끌고 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인명구조가 끝난 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 정장은 “살아남은 357호정의 대원들은 함정이 침몰하는 순간까지 배를 사수하며 떠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초 응사 이후 적함에서도 20∼30명 정도의 사상자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357호정 전탐사 한정길(韓正吉·26) 중사도 참석했다.

조타실에 있던 한 중사는 함정이 피격된 직후 윤 정장이 있던 함교 위로 올라갔으나 이미 화염과 연기로 앞을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격 후 조타실 내 장비가 손상돼 배가 제자리에서 오른쪽으로 빙빙 돌고 있었고 적함이 그 뒤를 계속 쫓아오며 사격을 해댔습니다. 함교에 올라갔더니 부장이 ‘180도 돌려야 한다. 내려가야 한다’고 외쳐 자리로 돌아왔습니다.”한 중사는 “적이 먼저 조타실을 노렸다”며 “357호정의 속도는 줄지 않았으나 조종타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중사는 또 “첫 교전 후 1∼2분 사이에 1000여발의 실탄을 모두 발사했다”며 “첫 사격 후 적함에서 간헐적으로 소총만 발사해 적도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평택〓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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