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도발]정부 강경대응 공감속 신중론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51분


6·29 서해교전 이후 정부가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는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강경대응론과 대북포용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국방부 등은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지 않도록 차제에 금강산관광 중단 등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지난해 3월로 예정됐던 5차장관급 회담과 5월로 예정됐던 2차 경협추진위원회 등에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무책임한 행동까지 이미 보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이번 도발사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

특히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데도 북한에 대해 ‘현금 수입’을 안겨주는 금강산사업 등 남북경협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에 ‘일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논거다.

반면 통일부와 경제부처 등은 ‘짚을 것은 짚되 대화와 교류협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강산 관광이나 남북경협이 이미 단순한 남북간의 양자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국제적인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관심사항이 된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관광을 중단시키고 남북경협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반도가 정말로 위기상황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는 게 이런 논리의 바탕에 깔려 있다. 외국기업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우리 증시가 폭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부메랑이 돼 주름살을 안길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선이 첫 출항한 98년 11월에 북한의 반잠수정이 침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광사업을 유지한 덕에 외국인 투자자의 발걸음을 잡아둘 수 있었다”며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의 지속을 주장하는 온건파들마저 이번 교전사태에 대해서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남북관계가 다소 정체되거나 ‘햇볕정책’의 추진이 주춤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안보문제는 안보측면에서 엄격히 대응한다’는 우리 측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만 금강산관광 중단 등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게 정부 측의 고민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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