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北 인권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00분


베이징 주재 스페인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25명이 어제 제3국으로 떠나 조만간 우리나라에 올 것이라고 한다. 작년 6월 장길수군 가족의 처리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된 셈이다. 당사자들로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는 중국내 탈북자 보호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이번에 탈북자들이 공개한 성명서가 그 단적인 증거로 탈북-송환-재탈북을 반복하면서 이들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절망, 공포가 행간마다 짙게 배어 있다. 1997년부터 두 차례 탈북에 실패해 이번이 세 번째라는 이성씨(가명) 부인은 “강제송환된 뒤 교도소에서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매를 맞았다”고 폭로했다. 탈북자들은 또 자녀들이 한국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권사각지대가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제 국제적인 관심사가 돼 있다. 이번에 탈북자들을 도운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의 예가 그렇듯 최근 몇 년간 북한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한 많은 외국인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외부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론 미국도 향후 대북협상에서 인권문제를 본격 거론할 태세다. 이렇게 볼 때 북측이 이 문제를 외면만 하고 있어서는 외부 세계로부터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는 이제까지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 인권문제를 가급적 외면해 왔다고 하나 그동안의 남북화해가 북한 주민의 고통을 얼마나 덜어주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로선 외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항의만이 북한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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