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서상섭의원 명단발표 주도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32분


“몇 의원이 (친일명단 발표) 논의를 빠르게 진행시킨 것 같았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이면서도 친일행위자 명단 발표를 반대한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1일 이렇게 말했다.

이는 역사적 작업이어야 할 친일행위자 명단 발표가 3·1절이라는 정해진 시간표에 맞추려는 몇몇 의원들의 조급함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됐을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지난달 27일 밤의 최종 심의 과정을 정리해본다.

의원모임이 광복회로부터 692명과 친일논란 집중 심의대상 17명의 명단을 넘겨받은 것은 22일이었지만, 정작 이 명단의 공개 여부를 결정한 심의 회의는 27일 밤 단 한차례 열렸다.

심의 회의는 자문위원 7명과 의원 14명의 연석회의 형태로 오후 9시에 시작됐다. 자문위원인 조동걸(趙東杰) 국민대 명예교수는 “연석회의는 서로 옥신각신하느라 말만 많아 20분 만에 끝내고, 자문위원들만 따로 약 50분간 회의를 열어 17명에 대해 중점 논의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자문회의에서는 17명 중 구한말 인물 1명을 제외한 16명을 친일명단에 포함시킬 것이냐에 대한 찬반이 3 대 3으로 갈렸다. 특히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에 대한 논란이 치열했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자문위원들은 격론 끝에 △16명의 명단을 발표하되 △기존의 692명과는 확실히 다른 만큼 △이들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었다는 점을 함께 발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의원모임에 전달한 뒤 11시10분경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의원들 회의에서는 모임 회장인 민주당 김희선(金希宣) 의원과 심의위원장인 한나라당 서상섭(徐相燮) 의원 등이 16명 명단 공개 강행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단 공개로 파문이 일자 의원모임 측은 “자문위원들이 공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그것을 따랐다”고 말하고 있고, 자문위원들은 “우리는 결정기구가 아니다”라며 의원모임 측을 탓하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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