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간법 개정안’ 문제점]“편집권 독립 법제화 발상은 위험”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5분


민주당 심재권(沈載權)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7명이 국회에 제출한 정기간행물등록법(정간법) 개정안은 그동안 위헌 논란이 있었던 언론사 대주주의 소유지분 제한 조항은 배제됐지만 그 밖에도 여러 조항이 법적 현실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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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의 주요 내용〓개정안은 크게 △신문사 유가 부수와 재무제표 등의 공개 의무화 △일간 신문사의 편집위원회 구성 및 편집규약 제정 의무화 △무가지 살포 완전 금지 △언론중재절차 구체화 등 현재의 정간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신문사의 경우 매년 전체 발행 부수와 유가판매 부수, 구독료와 광고료, 재무제표, 영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문화부 장관은 이를 대통령령에 따라 공표하도록 했다. 신문사가 자료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벌칙 조항도 신설됐다.

편집위원회 구성 조항은 편집권 독립 보장이라는 이유로 신설됐다. 이 위원회는 편집의 공공성과 자율성 보장에 관한 사항과 양심에 반하는 취재 또는 제작에 대한 거부권 등을 포함하는 편집규약을 의무적으로 제정해 공표해야 한다.

또한 개정안에는 독자의 권익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정기간행물의 경우 독자에게 구독계약을 강요하거나 독자의 의사에 반해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무가지 살포 완전 금지 조항도 들어있다.

언론사 겸영금지 조항의 경우 현행법은 일간신문과 통신사, 지상파방송사업자, 대기업과 그 계열사가 다른 언론사의 지분을 50% 이상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33% 이상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강화했다.

▽개정안의 문제점〓국회 문화관광위의 야당 의원들과 언론학자들은 법 개정안 제출 의도부터 문제삼았다.

한나라당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무가지 살포 금지 등의 조항을 볼 때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의 후속조치 같은 냄새가 난다. 정부가 직접 법안을 내기 곤란하니까 의원입법의 형식을 갖춘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언론학자 P씨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간법 개정안이 제출된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제있는 조항으로는 신문사 경영현황자료의 신고 의무화와 유가부수 공개, 편집위원회 구성 조항 등이 지적됐다.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편집권의 독립은 언론사 내부에서 편집진과 기자들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성취할 문제이지 법으로 강제할 문제가 아니다”며 “신문사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문사 경영자료 신고 의무화 조항에 대해서도 “정부가 언론사의 중요한 경영문제에 간섭할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악법’이라는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유가부수 공개는 이미 ABC제도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사안으로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유도해야 할 문제이지 법으로 강제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무가지 살포 금지 조항에 대해 “신문사의 영업 특성을 무시한 채 완전 금지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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