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北 강경발언 이어 포용정책 지지 표명

  • 입력 2002년 2월 9일 16시 40분


목축업자 연례회의 연설에 앞서 카우보이 모자를 써보고 있는 부시 대통령
목축업자 연례회의 연설에 앞서 카우보이 모자를 써보고 있는 부시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1주일여간 이어졌던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의 대북 강경발언이 8일 국무부의 대북 포용정책 지지 표명 등을 고비로 일단 수그러드는 듯한 느낌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은 일단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지 않는 한 양국간 갈등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봉합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이날 국무부의 포용정책 지지 발언이 19일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나온 ‘정지용 발언’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 동맹국인 한국과의 갈등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시 행정부가 남북한을 모두 어르고 달래는 식의 접근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경경발언의 고삐를 다소 늦춘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은 미국측의 대북 강경발언으로 부시 행정부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대북 포용정책을 부분적이나마 수정해야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북한으로서는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거나 대미 협상카드였던 미사일과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초강경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보잉사의 F15 전투기를 사도록 하기 위해 강경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는 관측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이 F15와 다른 외국전투기를 경쟁에 부치고, 몇 차례 가격입찰을 유찰시키면서 전투기 도입가격을 낮추려 한데 대한 ‘괘심죄’를 북한 카드로 경고하려 했다는 말까지 나돈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대로 전투기를 사주고 그 대신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는 것이 과연 국익 차원에서 합당한 것인지 한국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2대 전제조건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테러 지원이며 이같은 전제가 전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을 지역 안정보다는 전 세계적 안보전략 측면에서 계속 다루는 한 한반도에 긴장과 위기의 불씨는 늘 살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위협의 실체’에 대한 양국간 인식의 차이와 평가를 어떻게 좁힐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미국의 최근 북한관련 주요 발언
발언자날 짜 발언 요지
조지 W 부시 대통령1월29일북한 이란 이라크는 ‘악의 축’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1월30일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임박 신호는 아니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국대사1월31일미국은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1월31일북한은 세계 제일의 탄도미사일 장사꾼
데니스 블레어 미 태평양사령관2월 4일태평양 지역엔 테러조직 지원국가가 없으나 북한은 특별한 경우
콜린 파월 국무장관2월 5일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며 공은 북한의 코트에 있다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국장2월 6일북한이 한반도 적화통일 목표를 포기했다는 증거 없다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2월 7일한미간에 대북정책 이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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