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北 직접 설득

  • 입력 2002년 2월 9일 15시 57분


정부는 최근 불거진 북-미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미사일과 핵 생화학무기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감소가 선결조건이라는 인식 아래 북한에 WMD 문제의 해결을 직접 설득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히 정체상태에 있는 현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정상적인 협의 채널인 장관급회담의 조기 재개가 어렵다고 보고 비선(秘線)을 통한 막후 채널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며, 당국자회담이 재개되면 북측에 WMD 문제의 해결이 한반도 정세안정에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북측에 WMD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남북대화 재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관계의 진전 없이는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진 만큼 정부도 북측과의 WMD 문제 협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침은 정부가 그동안 WMD 문제를 ‘북-미 간 현안’으로만 인식했던 기존 태도와는 달리 남북대화에서도 주요의제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WMD 문제 해결을 대북 전력지원 문제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포함해 북한이 WMD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북 전력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왔지만, 미국 외교협의회(CFR) 등 미 행정부의 싱크탱크(두뇌집단)들이 최근 대북 전력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해온 점에 비춰 이 분야의 협의 진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국민에게 대북 지원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이산가족 교환방문과 쌀 30만t 지원문제를 연계시켜 협의할 2차 경협추진위원회 개최도 병행해 추진키로 했다.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취임 후 첫 통화를 갖고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이지만 속히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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