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악의 축' 외교적 修辭 아니다"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13분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언을 놓고 미 의회에서도 크게 논란이 일었다.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을 각각 출석시킨 가운데 5일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의 2003회계연도 예산안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이들 3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데 대한 타당성 여부와 정책적 의미를 따졌다. 다음은 북한 관련 발언 요지.

▼외교위원회 ▼

▽조지프 바이든 위원장〓‘악의 축’ 국가들은 미국이 ‘불량국가(rogue states)’라고 불러온 국가들 중 3개국을 묶어 부른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가.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공조하에 북한의 미사일과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런 접근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가.

▽파월 장관〓이들 국가는 그렇게 불려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누구를 공격한다든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악한 것은 이들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 정부이다.

▽제시 헬름스 의원〓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를 패배시켰듯이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을 패배시킬 것으로 믿는다. 이란과 북한의 독재자는 세계와 평화롭게 지내든지, 오사마 빈 라덴처럼 잿더미가 된 역사의 독재자 명부에 오르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파월〓‘악의 축’이라는 표현은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을 연상시킨다. 분명한 것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옳았던 것처럼 부시 대통령도 옳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해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뒤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선택했다. 북한이 미사일발사 유예조치를 선언했고, 제네바 합의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국민은 굶주리고 있다.

▽바이든〓‘악의 축’ 표현은 우리의 우방을 혼란스럽게 하고 분노케 하고 있다. 이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말한 ‘추축국(독일 일본 이탈리아)’과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말한 ‘악의 제국(구 소련)’을 합성한 말인가. ‘악의 축’ 국가들은 동맹이 아니지 않나.

▽파월〓‘악의 축’ 국가들은 정책면에선 동일하지 않지만 전세계 다른 국가들에 대한 태도와 그들이 하는 행동 면에선 연관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외국의 일부 정책결정자들과 언론인들이 이를 충격적이고 분노케 하는 것으로 여길 뿐이다.

▽바이든〓핵무기를 증강하는 중국은 왜 악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파월〓중국과는 양식있는 대화가 가능하지만 북한이나 이란과는 그런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내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 변화가 있었는가. 이란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가 선제공격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한이 있는가.

▽파월〓선제공격이 안된다는 정책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찰스 해이글 의원〓‘악의 축’은 의미 없는 광고전단과 같은 말이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 이란 이라크의 행동에 동맹국과 함께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다.

▽파월〓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 국가들을 침공하거나 크루즈 미사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 맞서는 국가들과의 동맹을 바라고 있다. 나는 동맹국을 결코 무시하지 않으며 동맹국에 이를 분명히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군사위원회▼

▽칼 레빈 위원장〓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에 포함시킨 북한에 대해 9·11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 의회 결의에 따라 미군을 파병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럼즈펠드 장관〓어떤 것이 효과적인 대답일지 모르겠다. 이는 대통령 연두교서에 따라 내려야 할 결정이다. 우리는 북한이 10만∼2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고 있고,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있으며,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을 안다. 우리는 북한이 돈을 벌기 위해 지구상의 누구에게든 무엇이라도 판다는 것을 안다. 대통령 연두교서는 전세계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테러리스트 조직에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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