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라인도 'DJ-王특보 인맥'…최성홍장관 대통령과 동향

  • 입력 2002년 2월 4일 19시 03분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탁은 여권 내에서는 예상됐던 일이다.

최 장관은 99년 말 외교부 차관 인사 때 당시 홍순영(洪淳瑛) 장관이 자신의 고교(충주고) 후배인 반기문(潘基文) 주 오스트리아 대사를 고집하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던 전력이 있다. 당시 여권 실세들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성홍 차관’ 카드가 관철되지 않자 외교부 주변에선 ‘인사파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만큼 여권 핵심부는 최 장관에게 언젠가는 ‘빚’을 갚아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99년 차관 인사 후 불과 1개월 만에 홍 장관은 러시아 정부의 탈북주민 강제송환을 둘러싼 정부 대응이 비판을 받게 되면서 경질됐다. 반면 최 장관은 1년여 동안 영국대사 근무를 더 하게 됐으나 그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최 장관은 그 전까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특별한 정치적 인연이 없었으나 영국대사 시절 김 대통령과 외교현안에 대해 토론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또 김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인근의 안좌도 출신으로 동교동계 등 현 정부의 호남 핵심인맥과 두루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 전까지는 외교부의 주류에서 줄곧 밀려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장관 기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울 출신인 김항경(金恒經) 차관의 기용도 이 같은 정치적 해석을 최소화하려는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외교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는 83년 뉴욕 부총영사 재임 때부터 당시 뉴욕 한인회장이던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특보를 비롯한 현 여권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차관 발탁은 박 특보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승모 기자 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