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외교 왜 바꿨나]對美외교 총체적 난맥상 자인

  • 입력 2002년 2월 4일 19시 0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으로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전격 단행된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장관의 경질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 측은 한 장관이 현역의원인 만큼 ‘탈(脫) 정치’ 내각을 구성하는 차원에서 ‘1·29’ 개각 당시부터 경질이 검토됐던 것이나 한미외무장관 회담 일정(2일) 등을 감안해 경질이 늦춰졌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들은 북-미관계 악화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허술한 대미외교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이미 강경한 쪽으로 완전히 돌아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장관과 외교부 측이 이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 장관이 국회의원과 유엔총회 의장직을 겸함으로써 외교부 장관 역할 수행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엔총회 의장직 수행 때문에 국내 체류 기간보다 미국 체재 기간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외교부는 한일꽁치분쟁, 중국의 한국인 마약범 처형에 따른 한중외교파문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이 터질 때마다 컨트롤 타워가 없어 허둥지둥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외교 문제는 사안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 여하에 따라 파장의 수위가 결정되는데, 외교부에 수장이 없다 보니 관련자 대부분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회의원과 유엔총회 의장을 겸임하며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것은 상식”이라며 “한 장관은 사실 ‘파트 타임(시간제)’ 장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장관 교체로 별다른 정치적 파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1·29개각을 전후해 한 장관에게 탈 정치 내각 구성 방침을 사전 통보했으며 한 장관도 이 같은 방침을 충분히 납득했다는 것. 이 때문에 한 장관 스스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한미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뒤 미국 현지에서 사의를 표명해 왔다는 게 청와대 측의 전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대통령이 정치 불개입을 선언한 만큼 한 장관이 민국당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별다른 인사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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