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외교라인 낮잠자나…부시 연구교서 통고받고도 뒷짐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18분


양성철 대사
양성철 대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 정부 고위관리들의 잇따른 대북(對北) 강경발언으로 북-미 관계에 난기류에 조성되면서 우리 정부의 대미(對美) 외교라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북한 문제가 언급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도 대응하지 못한 것은 대미 외교라인의 외교력이나 정보수집력의 한계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연두교서 작성 과정엔 통상 정부 관리, 정치인, 학자등이 다수 관여하기 때문에 역량에 따라서는 대북 발언의 수위조절까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얘기. 외교통상부의 한 관리는 3일 "우리 정부가 미국 내 친한파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사전 노력을 게을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 출신인 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는 미 정부와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는 데는 중량감과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문봉주(文俸柱) 정무공사는 일본 과장, 중국 공사, 아태국장 등을 지낸 아시아 전문가이고 위성락(魏聖洛) 참사관은 러시아 1등서기관과 동구과장을 지낸 유럽통이다. 이런 인적 구조는 외교관들이 온탕 냉탕 을 바꿔가며 근무하는 방식이나 장관에 따른 인사정책 변경 때문에 빚어진 것.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나 백악관 내 매파 인사들은 물론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까지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는데, 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조건 없이 대화하자 고 북측에 제의한 것은 8개월이나 지난 일"이라며 "최근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국가안보의 최우선 의제로 올려 놓은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북접근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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