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2002/2]여야의 주문과 다짐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09분


《2002년은 선거의 해. 6월13일에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지역 일꾼 4428명을 선출하고, 12월19일에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나라를 이끌 16대 대통령을 뽑게 된다. 여기에 각 정당의 후보를 정하는 경선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열릴 예정이어서 올해는 그 어느 때 보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 플레이 정신이 요구된다. 여야의 상대에 대한 주문과 스스로의 다짐을 들어본다.》

▼글 싣는 순서▼

- ①공정한 정치 누가 막나
- ②여야의 주문과 다짐
- ③경제 바로세우려면
- ④불공정 사회풍토

▼민주당 "관권-금권 프리미엄 버릴테니 "▼

‘여당 프리미엄을 포기할 테니 야당 프리미엄도 버려라.’

민주당은 연초 ‘페어 플레이(fair play)’ 선거를 다짐하며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과거 여당의 기득권이었던 관권과 금권에 의지하는 선거행태를 버릴 테니, 대신 야당도 흑색선전이나 지역주의 자극 같은 무책임한 선거 양태를 벗어 던지고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자는 취지였다.

▽야당에 대한 주문〓한화갑(韓和甲) 상임고문은 2일 여야의 대선 후보들이 페어 플레이를 다짐하는 뜻에서 ‘공정선거 실천 대국민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대선 본선은 물론이고, 당내 경선에서도 공정 경쟁을 위해 후보 각자가 최소한의 ‘룰’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자는 얘기였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의혹을 만들고 부풀려서 국민을 현혹하는 선동정치가 없어져야 공정 선거가 가능하다. 지역감정을 조장해 선거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망국적 발상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에 발표한 ‘2002년 선거에 임하는 기본자세’라는 제목의 공식 논평에선 ‘우리 당은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을 누릴 생각도 없고, 그런 프리미엄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선언했다. ‘올해 대선이 사상 최초의 정책대결 선거가 되도록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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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다짐〓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과거의 구시대적 세몰이 선거에서 벗어나 신문과 TV 등을 통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계보정치, 금권정치를 철저히 배격하고 미래에 대한 꿈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유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민주당이 관권을 움직일 힘도 의지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당직자들은 최근 당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도중 당사 주변에 세워둔 의원들 차량에 대해 관할구청 단속원들이 줄줄이 주차위반 딱지를 뗀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이런 판에 우리가 무슨 관권선거를 할 수 있겠느냐”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 제언〓김정남(金正男)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대통령선거에서의 페어 플레이를 위해서는 중립내각 정도가 아니라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기 위한 여야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철(朴相哲) 한국정치법학연구소장은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한나라당 "여당 돈-조직동원 기득권 여전"▼

‘공정한 경쟁은 공정한 룰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나라당은 공정한 대통령 선거의 첫째 조건으로 공정한 ‘게임의 룰’을 꼽았다. 누가 뭐라 해도 한국 정치에서는 여전히 돈과 조직에서 여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에 대한 주문〓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여당에 △금권 관권선거 금지 △선심 정책 억제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 △흑색선전 자제 △언론 불간섭 등 5개 항목을 요구했다.

그는 “무리하게 경기부양을 하는 등 ‘선심성 정책’을 선거에 이용하면 결국 그 부담을 국민이 모두 떠안게 된다”며 행정과 선거의 분리를 촉구했다.

권력기관 동원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이 여당의 선거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려면 여권의 발상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조짐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

권철현(權哲賢) 기획위원장은 “정권 수호 자체가 선거의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며 “가령 ‘50년 만에 잡은 정권을 어떻게 내놓을 수 있느냐’는 식의 사고로 선거에 임하면 자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 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어 공정 선거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다짐〓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무책임한 폭로전을 지양하고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영남지역의 반여(反與) 정서를 부추긴다는 여당의 지적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나서서 지역감정을 조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당 역시 그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원내 제1당의 총무로 재임하는 동안 국회가 선거로 인해 고유의 업무를 방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민생 관련 법안 등에 대해선 오히려 여당에 앞서 적극 심의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 제언〓서울대 박세일(朴世逸·법경제학) 교수는 “야당도 무조건 정부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미래의 정책 비전을 내세워 양질의 정책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빨리 선거공영제를 도입해 개인이나 정당의 자금동원 능력 차이에 따라 지지율이 차이가 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각범(李珏範)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은 “우선 당내 경선부터 공개 경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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